Auf einen Blick
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 위기에 처한 일본의 작은 섬 나오시마와 데시마가 현대미술과 디자인을 통해 세계적인 예술 관광지로 재탄생한 사례를 소개한다. 이 섬들은 거대한 개발 대신 지역 고유의 자산을 활용하고, 이동 과정까지 포함한 여정 전체를 경험으로 디자인하여 성공을 거두었다.
KI-generierte Zusammenfassung
Warum es wichtig ist
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은 한국과 일본이 공통으로 겪는 문제이다. 일본의 지방 도시들은 지역 고유의 자산을 활용하고 경험 디자인을 통해 이를 극복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 편집자 주 =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2024년 발표에 따르면 세계 한류 팬은 약 2억2천500만명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또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초월해 지구 반대편과 동시에 소통하는 '디지털 실크로드' 시대도 열리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한류 4.0'의 시대입니다. 연합뉴스 동포·다문화부 K컬처팀은 독자 여러분께 새로운 시선으로 한국 문화를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고자 전문가 칼럼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시리즈는 매주 게재합니다.
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은 한국만의 고민이 아니다. 일본 역시 수십 년째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 그런데 같은 문제를 두고 일본의 지방 도시들이 내놓은 답은 한국과 사뭇 다르다. 새 건물을 짓기보다 지역이 이미 가진 것을 다시 들여다보고, 그것을 사람들이 기억할 수 있는 경험으로 바꾸는 쪽을 택했다.
그 결과물 가운데 가장 자주 언급되는 곳이 일본 세토내해의 작은 섬 나오시마와 데시마다. 한국의 지역 관광이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참고할 만한 사례라고 판단해, 최근 직접 다녀온 이 두 섬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 사람이 사라진 섬에 세계인이 몰려든 이유
나오시마와 데시마는 이제 유명한 여행지 차원의 장소가 아니다. 세계적인 현대미술 작품과 건축을 보기 위해 전 세계 관광객이 찾아오는 예술 관광의 성지이자, 인구가 줄고 산업이 쇠퇴하던 지역이 문화와 디자인을 통해 다시 살아난 대표적인 지역재생 모델로 꼽힌다.
지금의 모습만 보면 상상하기 어렵지만, 두 섬은 한때 인구 감소와 산업 쇠퇴로 활기를 잃어가던 평범한 어촌이었다. 오늘날의 성공은 거대한 개발 사업에서 시작된 게 아니다. 초고층 랜드마크를 세우지도, 대형 테마파크를 만들지도 않았다. 지역이 원래 가지고 있던 자연과 문화, 사람들의 삶을 새롭게 연결하고 하나의 경험으로 재구성한 디자인 전략에서 출발했다.
최근 이곳을 직접 방문하면서 흥미로운 사실을 하나 발견했다. 여행은 섬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시작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공항에 내려 기차를 타고, 항구로 이동해 우동을 먹고, 배를 타고 섬에 들어가는 모든 과정이 하나로 이어진 경험이었다.
나오시마와 데시마를 방문하려면 대부분 일본 시코쿠 가가와현의 다카마쓰를 거쳐야 한다. 그런데 많은 사람에게 가가와현은 예술의 섬보다 먼저 다른 이름으로 기억된다. 바로 '사누키 우동의 본고장'이다. 쫄깃한 면발과 담백한 국물로 유명한 사누키 우동은 가가와현의 옛 지명인 '사누키'에서 이름을 따왔다.
실제로 가가와현을 찾는 관광객 가운데 60% 이상이 우동 순례를 주된 목적으로 꼽는다는 조사도 있을 만큼, 우동은 이 지역 여행의 핵심 테마로 자리 잡았다. 다카마쓰 공항에 도착한 여행객들은 곧바로 우동집을 찾는다. 아침부터 줄을 서서 우동을 먹고, 유명한 우동집 여러 곳을 차례로 도는 '우동 투어'를 즐긴다. 관광객에게 우동은 평범한 식사가 아니라 여행의 시작을 알리는 첫 경험이다.
더 흥미로운 점은 가가와현이 우동을 음식으로만 홍보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관광 안내판과 기념품, 지역 홍보물은 물론 캐릭터와 굿즈까지 우동을 중심으로 만들어진다. 가가와현은 한때 스스로를 '우동현'이라 부르며 적극적으로 브랜딩했고, 최근에는 우동에만 갇힌 이미지를 벗어나려 '우동현, 그것뿐만이 아닌 가가와현'이라는 문구를 함께 내세우고 있다. 우동 외에도 다양한 매력이 있다는 메시지지만, 그만큼 가가와현과 우동을 떼어 놓고 생각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디자인의 관점에서 보면 이것은 그저 흔한 음식 마케팅이 아니다. 지역의 정체성을 누구나 기억할 수 있는 상징으로 만드는 브랜딩 전략이다. 사누키 우동은 거대한 관광 시설도 첨단 기술도 아니지만, 가가와현은 이 평범한 지역 음식을 수십 년 동안 꾸준히 지역의 얼굴로 키워냈다. 사람들은 우동을 먹기 위해 가가와를 찾고, 우동을 통해 가가와를 기억한다.
그리고 그 기억은 자연스럽게 세토내해의 예술섬 나오시마와 데시마로 이어진다. 이 지점에서 일본 지역관광의 중요한 특징을 발견하게 된다. 일본은 새로운 관광지를 만드는 데 집중하기보다 이미 존재하는 지역의 자산을 발견하고 키우는 데 집중한다. 어떤 지역은 온천이 되고, 어떤 지역은 철도 여행이 되며, 어떤 지역은 전통 공예가 된다. 가가와현에게는 그것이 우동이었고, 세토내해의 작은 섬들에게는 예술이었다.
◇ 목적지가 아니라 여정을 디자인하다
나오시마와 데시마로 가는 여행은 실제로 섬에 도착하기 훨씬 전부터 시작된다.
다카마쓰 시내에서 항구로 이동하면 자연스럽게 여행의 리듬이 달라진다. 도심의 분주함은 점차 사라지고, 여행객들은 페리 탑승 시간을 확인하며 섬으로 향할 준비를 한다. 항구에는 자전거를 끌고 온 여행객과 배낭을 멘 관광객, 그리고 섬 주민들이 한데 섞여 있다.
페리가 출발하면 세토내해의 풍경이 펼쳐진다. 수많은 섬이 점처럼 흩어져 있고, 멀리 어선과 작은 항구 마을이 보인다. 다카마쓰항에서 나오시마까지는 고속선으로 30분 남짓, 페리로는 1시간 정도 걸리는데, 이 짧은 이동 시간 동안 관광객은 어느새 도시의 시간에서 벗어나 섬의 시간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흥미로운 점은 이 이동 과정 자체가 관광 콘텐츠가 된다는 사실이다. 대부분의 관광지는 목적지에 최대한 일찍 도착하는 것을 목표로 하지만, 세토내해의 예술섬은 이동 과정마저 경험으로 설계한다.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고, 항구에 내려 자전거를 빌리고, 천천히 풍경을 감상하며 이동하는 과정이 모두 여행의 일부가 된다. 단순한 교통 시스템이 아니라 경험 디자인의 영역인 셈이다.
나오시마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방문객을 맞이하는 것은 세계적인 예술가 쿠사마 야요이의 호박이다. 바다를 배경으로 방파제 끝에 놓인 이 작품은 이제 나오시마를 대표하는 상징이 됐다. 전 세계 관광객은 이 작품과 섬 전체의 예술 프로젝트를 경험하기 위해 나오시마를 찾고, 수많은 사진과 SNS 게시물을 통해 노란 호박은 나오시마를 대표하는 이미지로 자리 잡았다. 많은 사람이 미술관 이름은 기억하지 못해도 '노란 호박이 있는 섬'은 기억한다.
디자인 관점에서 이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사람들은 장소를 기억할 때 복잡한 설명보다 하나의 강렬한 이미지를 먼저 떠올리기 때문이다. 쿠사마 야요이의 노란 호박은 예술 작품을 넘어 나오시마의 브랜드 역할을 하고 있다. 좋은 브랜드가 하나의 로고가 아니라 하나의 기억으로 남듯, 노란 호박은 나오시마를 설명하는 가장 강력한 시각 언어가 됐다.
흥미로운 점은 노란 호박이 해안가에 설치된 작품으로만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섬을 둘러보면 관광 안내물과 지도, 기념품, 홍보물은 물론 다양한 디자인 요소 속에서 호박 모티브를 발견할 수 있다. 관광객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반복적으로 호박 이미지를 접하며 자연스럽게 '호박은 곧 나오시마'라는 기억을 형성하게 된다.
많은 지역이 로고와 슬로건을 만들지만, 일관된 경험으로 연결하지 못하는 것과 대비된다. 나오시마는 하나의 강력한 상징을 지역 전체에 적용함으로써 관광객의 기억 속에 선명한 정체성을 심어주었다. 쿠사마 야요이의 노란 호박은 나오시마에게 하나의 예술 작품이 아니라 지역 전체를 기억하게 만드는 디자인 언어가 된 것이다.
그러나 나오시마의 성공은 노란 호박 하나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2편에서 계속)
석수선 디자인전문가
▲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 대학원 박사(영상예술학 박사) ▲ 디자인 크리에이티브 기업 ㈜카우치포테이토 대표 ▲ 연세대학교 디자인센터 아트디렉터 역임 ▲ 현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겸임교수 ▲ 한예종·경희대·한양대 겸임교수 역임
Offene Fragen
- 나오시마와 데시마의 성공이 다른 지역에도 적용될 수 있을까?
- 지역 예술 관광의 지속가능성은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