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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토내해의 두 섬, 나오시마와 데시마: 지역 재생의 새로운 디자인 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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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토내해의 두 섬, 나오시마와 데시마: 지역 재생의 새로운 디자인 모델

Auf einen Blick

일본 세토내해의 나오시마와 데시마 섬은 대규모 개발 대신 예술과 건축, 자연, 주민의 삶을 엮어 지역 재생의 성공 모델을 제시한다. 나오시마는 예술 작품과 건축으로, 데시마는 불편함마저 콘텐츠로 활용하며 독특한 경험을 제공한다.

KI-generierte Zusammenfassung

Warum es wichtig ist

일본 세토내해의 나오시마와 데시마 섬은 과거 쇠퇴했던 지역을 예술과 건축을 통해 세계적인 관광지로 재탄생시켰다. 이는 한국의 지역 소멸 문제에 대한 대안적 접근 방식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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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 주 = 문화체육관광부 집계 기준 2025년 K-콘텐츠 수출액은 149억 달러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습니다. 이제 K-콘텐츠와 K-컬처는 언어와 국경을 넘어 지구촌 곳곳에서 실시간으로 향유되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한류 4.0'의 시대입니다. 연합뉴스 동포·다문화부 K컬처팀은 독자 여러분께 새로운 시선으로 한국 문화를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고자 전문가 칼럼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시리즈는 매주 게재합니다.

일본 세토내해의 작은 섬 나오시마. 선착장에 놓인 쿠사마 야요이의 노란 호박은 이제 섬을 대표하는 상징이 됐다. 그러나 나오시마가 세계적인 예술 관광지로 자리 잡은 비결을 호박 하나로 설명할 수는 없다. 그 배경에는 1980년대 후반부터 이어진 장기 프로젝트가 있다.

◇ 떠난 사람들과 다시 찾아온 사람들

1980년대까지만 해도 나오시마는 구리 제련소가 있던 평범한 섬이었다. 제련산업이 쇠퇴하면서 일자리가 줄었고, 젊은 세대는 도시로 떠났다. 인구가 줄고 산업 폐기물 문제까지 겹치면서 섬은 점차 활력을 잃어갔다.

변화의 계기를 만든 것은 교육기업 베네세(Benesse·옛 후쿠다케 출판)와 후쿠다케 재단이었다. 1985년 창업자 후쿠다케 데쓰히코가 황폐해진 섬을 되살리겠다는 구상을 세웠고, 뒤를 이은 후쿠다케 소이치로 회장이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추진했다. 이들은 새로운 관광 시설을 짓는 대신 예술과 건축을 통해 섬이 이미 가진 가치를 다시 발견하는 길을 택했다.

성과는 숫자로 확인된다. 프로젝트가 시작된 1989년 나오시마를 찾은 방문객은 1만1천여 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중미술관이 문을 연 2004년 방문객은 10만 명을 넘어섰고, 지금은 매년 수십만 명이 섬을 찾는다. 한때 쇠락하던 어촌이 지역재생의 대표 모델로 거론되는 이유다.

◇ 건물이 아니라 '경험'을 설계하다

나오시마 프로젝트의 공간적 정체성을 만든 인물은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다. 그는 1992년 미술관과 호텔이 결합한 베네세하우스 뮤지엄을 시작으로 지중미술관, 이우환미술관, 안도뮤지엄을 잇따라 설계했다. 가장 최근인 2025년 5월에는 안도가 설계한 열 번째 미술관인 나오시마 신미술관이 문을 열었다.

안도의 건축은 화려하게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다. 오히려 자연 속에 조용히 스며들어 풍경을 돋보이게 만든다. 대표적인 사례가 2004년 개관한 지중미술관이다. 이름 그대로 건물 대부분이 지하에 묻혀 있어 멀리서는 그 존재조차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세토내해의 풍경을 해치지 않기 위한 설계다.

관람객은 노출 콘크리트 벽 사이를 걸으며 자연광이 만들어내는 빛의 변화를 경험한다. 이곳에는 프랑스 인상파 화가 클로드 모네(Claude Monet)의 '수련' 연작 5점과 미국 현대미술가 제임스 터렐(James Turrell), 월터 드 마리아(Walter De Maria)의 작품만 전시된다. 단 세 작가, 9점뿐이다. '한 작가에 한 전시실'이라는 원칙 아래 작품은 건축과 자연광, 공간 경험 속에서 하나로 완성된다. 안도는 건물을 설계한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공간을 경험하는 방식을 디자인한 셈이다.

나오시마의 또 다른 특징은 예술이 미술관 안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1998년 시작된 '이에 프로젝트'(Art House Project)는 섬 곳곳의 오래된 민가와 빈집을 예술가들이 재해석해 새로운 공간으로 탈바꿈시킨 작업이다.

덕분에 관광객은 미술관만 둘러보는 것이 아니라 골목을 걷고 마을을 거닐며 자연스럽게 주민들의 생활 공간과 마주한다. 예술이 특정 건물에 갇히지 않고 마을 전체로 확장되는 것이다.

결국 나오시마의 성공은 미술관 몇 곳을 세운 결과가 아니다. 쿠사마 야요이의 노란 호박은 강력한 상징을, 안도의 건축은 공간 경험을, 이에 프로젝트는 예술과 주민의 삶을 잇는 연결고리를 만들었다. 이 요소가 결합하면서 나오시마는 관광지만이 아닌 섬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뮤지엄이자 브랜드가 됐다.

대부분의 관광 개발이 새로운 시설을 짓는 데 집중한다면, 나오시마는 섬 전체를 하나의 경험으로 디자인했다. 관광객은 작품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장소의 이야기와 풍경, 사람들의 삶을 함께 경험한다. 바로 이 점이 나오시마를 세계적인 지역재생 사례로 만든 가장 중요한 이유다.

◇ 데시마, 불편함마저 콘텐츠가 되다

나오시마가 강렬한 상징과 건축으로 사람을 끌어당기는 섬이라면, 데시마는 정반대 방식으로 마음을 사로잡는다.

데시마에 도착하면 오히려 당황하게 된다. 화려한 관광 시설도, 번화한 상점가도 없다. 눈앞에 펼쳐지는 것은 논밭과 바다, 조용한 마을 풍경뿐이다. 섬 안에서는 셔틀버스나 자전거로 이동해야 한다. 버스를 놓치면 한참을 기다려야 하고, 자전거로 언덕길을 올라야 하는 경우도 많다.

처음에는 이런 불편함이 단점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생각이 달라진다. 천천히 이동하는 동안 바닷바람을 맞고, 계단식 논을 지나고, 작은 어촌 마을을 만난다. 목적지로 향하는 시간조차 섬을 이해하는 과정이 된다. 대부분의 관광지가 이동 시간을 줄이려 애쓰는 것과 달리, 데시마는 이동 과정 자체를 경험으로 바꾼다. 이곳에서 사람들은 빠르게 소비하는 관광객이 아니라 천천히 관찰하는 여행자가 된다.

이런 철학이 가장 잘 드러나는 곳이 데시마 미술관이다. 건축가 니시자와 류에와 예술가 나이토 레이가 함께 만들어 2010년 10월 세토우치 국제예술제 기간에 문을 열었다. 세토우치 국제예술제는 그해 처음 열린 뒤 3년마다 세토내해의 섬들을 무대로 개최되며, 나오시마와 데시마를 세계 미술계 지도 위에 올려놓은 행사로 꼽힌다.

데시마 미술관은 일반적인 미술관과 전혀 다르다. 멀리서 보면 거대한 물방울이 땅 위에 내려앉은 듯하다. 높이 약 4.3m에 기둥이 하나도 없는 콘크리트 셸 구조로, 천장에는 두 개의 커다란 개구부가 뚫려 있어 하늘과 바람, 빗물이 그대로 실내로 들어온다.

미술관 안에는 익숙한 전시실이나 액자 속 작품이 없다. 넓고 텅 빈 공간 위로 하늘이 열려 있을 뿐이다. 바닥에서는 나이토 레이의 작품 '모형'(Matrix)의 작은 물방울들이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천천히 움직인다. 어떤 물방울은 서로 만나 하나가 되고, 어떤 물방울은 다시 흩어지며 예상할 수 없는 길을 만든다. 관람객은 자연스럽게 바닥에 앉거나 누워 그 움직임을 바라본다.

신기하게도 시간이 흐를수록 사람들의 시선은 작품에서 자연으로 옮겨간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바람 소리, 천장 너머로 지나가는 새소리, 멀리서 들려오는 곤충 소리와 빗소리가 고요한 공간에 울려 퍼진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없는 공간처럼 보이지만, 잠시 머물다 보면 무심코 지나쳤던 자연의 소리가 하나의 오케스트라처럼 들리기 시작한다. 그 순간 관람객은 작품을 감상하는 사람이 아니라 공간과 자연의 일부가 된다.

실제로 데시마 미술관은 관람 시간보다 체류 시간이 더 중요한 장소로 알려져 있다. 무엇을 얼마나 많이 보았는가보다 얼마나 오래 머물렀는가가 더 의미 있는 곳이다. 디자인 관점에서 보면 이 미술관은 시각적 자극을 더하는 공간이 아니다. 오히려 불필요한 요소를 덜어냄으로써 사람들이 자연과 자신에게 집중하도록 만든다. 더 많은 볼거리와 더 강한 자극으로 경쟁하는 여느 관광지와 달리, 데시마는 비움과 침묵을 통해 더 깊은 경험을 만들어낸다.

흥미로운 점은 이런 철학이 미술관을 넘어 섬 전체에 적용된다는 사실이다. 데시마에서는 관광객을 겨냥한 대규모 상업시설을 찾아보기 어렵다. 유명 관광지 주변에 으레 들어서는 프랜차이즈 카페와 대형 음식점, 기념품 상점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섬 전체가 여전히 주민들의 생활 공간으로 유지되고 있으며, 관광 시설 역시 지역의 일상과 조화를 이루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그래서 이곳에서는 식사조차 하나의 관광 콘텐츠가 된다.

나오시마와 데시마가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두 섬은 새 건물을 세우거나 거대한 테마파크를 짓는 대신, 이미 가진 자연과 문화, 사람들의 삶을 다시 발견해 하나의 경험으로 엮었다. 관광객은 작품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장소의 이야기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은 한국에도 닥친 현실이다. 많은 지역이 랜드마크 건물과 축제, 화려한 슬로건으로 답을 찾으려 한다. 그러나 세토내해의 두 섬은 정반대의 길을 보여준다. 무엇을 새로 짓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어떻게 다시 경험하게 하느냐, 그것이 지역을 되살리는 디자인의 힘이다.

석수선 디자인전문가

▲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 대학원 박사(영상예술학 박사) ▲ 디자인 크리에이티브 기업 ㈜카우치포테이토 대표 ▲ 연세대학교 디자인센터 아트디렉터 역임 ▲ 현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겸임교수 ▲ 한예종·경희대·한양대 겸임교수 역임

Offene Fragen

  • 두 섬의 성공이 다른 지역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을까?
  • 지속 가능한 관광 모델을 유지하기 위한 과제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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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s article was originally published by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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