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 resumen
현대인의 식습관은 '풍요 속의 빈곤'으로, 칼로리 섭취는 충분하나 영양분 부족으로 세포가 굶는 빈 칼로리 시대다. 전문가들은 가공하지 않은 신선한 지역 식품, 제철 특산품, 가족과의 식사, 그리고 배의 8할만 채우는 절제 습관을 장수 비결로 꼽는다. 음식의 칼로리보다 질에 집중하고, 무지개 색깔의 과일과 채소를 골고루 섭취하는 것이 장 건강의 첫걸음이다.
Resumen generado por IA
Por qué importa
현대인의 식습관은 칼로리 섭취는 충분하나 영양분 부족으로 세포가 굶는 '풍요 속의 빈곤' 상태다. 식품 산업의 영향과 학계의 오락가락하는 논문 발표로 무엇을 먹어야 할지에 대한 혼란이 크다.
※ 편집자 주 = 문화체육관광부 집계 기준 2025년 K-콘텐츠 수출액은 149억 달러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습니다. 이제 K-콘텐츠와 K-컬처는 언어와 국경을 넘어 지구촌 곳곳에서 실시간으로 향유되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한류 4.0'의 시대입니다. 연합뉴스 동포·다문화부 K컬처팀은 독자 여러분께 새로운 시선으로 한국 문화를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고자 전문가 칼럼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시리즈는 매주 게재합니다.
건강의 시작이 뱃속 정원, 즉 장내 세균 생태계에 있다면, 그 정원을 가꾸는 첫 번째 도구는 매일의 식탁이다. 그런데 우리는 정작 무엇을,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를 놓고 늘 혼란에 빠져 있다. 지방이 나쁘니 탄수화물로 살을 빼라는 말과 고탄수화물이 비만의 주범이니 줄이라는 말이 같은 시간대에 방송을 탄다. 이 혼란의 한복판에서 방향을 잡아 보고자 한다.
◇ 풍요 속의 빈곤
현대인의 식습관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풍요 속의 빈곤'이다. 칼로리 섭취는 충분하거나 오히려 넘치는데, 정작 양질의 영양분이 모자라 몸속 세포는 굶고 있다. 이른바 빈 칼로리(empty calorie)의 시대다. 설탕이 든 음료, 정제된 과자와 패스트푸드처럼 열량은 높되 비타민·무기질·식이섬유가 빠진 음식이 식탁을 점령한 결과다. 좋은 것을 먹고, 나쁜 것을 피하고, 적당히 바르게 먹는다는 세 가지 원칙 가운데 어느 하나도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식품에 관한 지식이 넘쳐나는 것도 혼란을 키운다. 학계의 오락가락하는 논문 발표에다, 매체와 SNS를 파고든 식품산업 거대 자본의 입김이 겹친다. 실제로 2016년 국제 학술지 '자마 인터널 메디신'(JAMA Internal Medicine)에는 1960년대 미국 설탕업계가 하버드대 연구자들에게 돈을 주고 심장병의 주범을 설탕이 아닌 지방으로 돌리는 논문을 쓰게 했다는 내부 문건 분석이 실려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후 반세기 동안 '저지방' 열풍이 불었고, 그 빈자리를 설탕이 채웠다.
인공감미료 사카린의 부침도 상징적이다. 1970년대 동물실험에서 방광암 유발 물질로 지목돼 각국에서 퇴출 위기를 겪었던 사카린은 이후 사람에게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연구가 쌓이면서 2000년 미국 정부의 발암물질 목록에서 빠졌고, 최근에는 우수한 감미료로 재평가받고 있다.
과학이 자정 능력을 보여준 사례이지만, 뒤집힌 것이 과학만은 아니었다. 그 배후에서 업계의 이해관계가 크게 작용했다는 사실 역시 이제 공공연하다. 소비자가 흔들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 장수하는 사람들의 식탁에는 공통점 있어
100세 넘게 장수하는 사람들의 식사를 조사한 결과는 흥미롭다. 에스키모는 고단백·고지방의 고기를, 일본인은 생선을, 오키나와 사람들은 고탄수화물·고칼로리인 고구마를 즐겨 먹었다.
세계적으로 장수촌 연구가 활발해진 계기가 된 이른바 '블루존'(Blue Zones) 조사에서도 일본 오키나와, 이탈리아 사르데냐, 그리스 이카리아 등 장수 지역의 식단은 제각각이었다. 먹는 음식의 형태가 이토록 다르니 '장수 음식'이라는 것이 과연 존재하는가 하는 의문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이들의 식탁에는 세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첫째, 가공하지 않은 신선한 그 지역 식품을 먹는다. 둘째, 제철 특산품을 많이 먹는다. 셋째, 가족이 모여 함께 식사한다. 오키나와 노인들이 지켜온 '하라하치부'(腹八分), 곧 배가 여덟 부쯤 찼을 때 수저를 놓는 절제의 습관도 빼놓을 수 없다.
무엇을 먹느냐만큼이나 어떻게, 누구와, 얼마나 먹느냐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예부터 약과 음식은 그 근원이 같다는 약식동원(藥食同源)의 지혜가 여기에 닿아 있다.
◇ 좋은 것을 먹는다는 것
우리 몸에 꼭 필요한 필수 영양소는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무기질, 비타민, 그리고 물이다. 여기에 영양제와 슈퍼푸드, 폴리페놀 같은 것이 도움을 준다.
탄수화물은 같은 당 함량이라도 천천히 흡수되는 것이 좋다. 혈당을 얼마나 빨리 올리느냐를 따지는 '혈당지수'(GI) 개념이 나온 이유다. 프렌치프라처럼 가공·처리된 고밀도 탄수화물보다, 고구마나 당근처럼 덜 처리된 저밀도 탄수화물을 택해야 할 것이다.
또한 짜게 먹던 습관을 돌아봐야 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하루 소금 섭취를 5g(나트륨 2천㎎) 미만으로 권고하지만, 국물과 절임 음식이 많은 한국인의 섭취량은 여전히 그 기준을 크게 웃돈다. 냉장고가 없어 소금에 기대어 음식을 보관하던 시대는 지났으니, 나트륨 과다가 부르는 갈증과 고혈압을 경계해야 한다. 다만 나트륨이 지나치게 부족해도 두통과 경련이 오니 적정량이 관건이다.
심장을 지키는 식단으로는 지중해식이 널리 알려져 있다. 과일과 채소, 올리브유와 견과류, 마늘과 해산물, 그리고 절제된 한두 잔의 레드와인이 그 뼈대다. 심혈관 고위험군 수천 명을 추적한 스페인의 대규모 임상시험 '프레디메드'(PREDIMED)에서 지중해식 식단이 심근경색·뇌졸중 등 심혈관 사건 위험을 30%가량 낮춘다는 결과가 2013년 뉴잉글랜드 의학저널(NEJM)에 발표됐고, 이후 치매 위험을 낮춘다는 연구도 꾸준히 쌓이고 있다.
◇ 무지개 색깔의 식탁으로
결론은 명료하다. 음식의 칼로리는 잊어야 한다. 이제는 양보다 질이다. 얼마나 많은 칼로리를 먹었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잘못된 음식, 나쁜 질의 음식, 지나치게 처리된 음식을 먹었는가를 물어야 한다. 설탕이 첨가된 음식은 멀리하고, 폴리페놀이 풍부한 음식을 가까이하라.
탄수화물·지방·단백질·무기질을 일일이 따지기보다, 무지개 색깔의 과일과 채소를 골고루 먹는 편이 낫다. 색소 성분 자체가 항산화 물질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시금치와 브로콜리, 각종 베리류, 다크초콜릿과 녹차에는 폴리페놀이 그득하다. 원래 식자재의 형태를 알아볼 수 있는 음식, 곧 장내 세균이 좋아하는 음식을 먹는 일. 그것이 뱃속 정원을 가꾸는 가장 확실한 첫걸음이다.
엄융의 서울의대 명예교수
▲ 서울의대 생리학교실 교수 역임 ▲ 영국 옥스퍼드의대 연구원·영국생리학회 회원 ▲ 세계생리학회(International Union of Physiological Sciences) 심혈관 분과 위원장 ▲ 유럽 생리학회지 '플뤼거스아히프' 부편집장(현) ▲ 대한민국의학한림원 정회원(현) ▲ 대구경북과학기술원 학제학과 의생명과학전공 초빙석좌교수(현)
Preguntas abiertas
- 식품 산업의 이해관계가 소비자 혼란에 미친 정확한 영향은 무엇인가?
- 개인별 장 건강에 최적화된 식단은 어떻게 구성해야 하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