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1,530원대 돌파…외국인 순매도·중동 불안 지속
원/달러 환율이 3주 가까이 1,500원대에 머물며 고공행진하고 있다.
중동 불안이 지속되면서 유가가 다시 오름세를 보이고, 외국인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연일 조 단위로 순매도하면서 환율은 두 달 만에 장중 1,530원대로 뛰었다.
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오전 11시 현재 전 거래일보다 10.9원 오른 1,529.9원이다.
환율은 13.6원 뛴 1,530.0원으로 거래를 시작해 개장 직후 1,530.8원까지 올랐다. 이후 1,520.1원까지 밀렸다가 다시 상승폭을 키워 1,530원을 위협하고 있다.
환율이 장중 1,530원을 넘긴 것은 지난 3월 31일 이후 두 달여 만이다.
1,530원을 넘겨 거래를 시작한 것은 금융위기였던 지난 2009년 3월 10일(1,554.0원) 이후 17년 3개월 만이다.
삼성전자[005930], SK하이닉스[000660] 등 반도체 기업들이 달러를 벌어들이며 경상수지 흑자가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 중이지만, 외국인이 주식을 팔고 나가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올해 들어 외국인 투자자 주식 순매도 규모는 112조3천255억원에 달한다. 국내 주가가 급등하자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주식 비중을 일시적으로 조정하는 리밸런싱과 차익 실현에 나선 결과다.
이날도 오전에만 4조원 넘게 순매도 중이다. 지난 달 7일 이후 19거래일 연속 순매도다.
환율은 13거래일째 1,500원대에 머물고 있다. 이는 2009년 2∼3월(11거래일) 기록을 넘어선 것으로, 외환위기(19997년 12월 30일∼1998년 3월 13일) 이후 최장이다.
중동 불안도 지속되고 있다.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이 좀처럼 진전을 보이지 않는 가운데 무력 공방이 이어지면서 국제 유가는 배럴당 90달러대 후반으로 뛰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도 사흘 연속 상승해 99.5선을 넘었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달 28일 기자간담회에 "중동 상황이 진정되면 원화가 상당히 강세로 갈 여지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동 정세가 진정되더라도 고환율은 여전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전쟁이 끝나도 고유가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고,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대미 관세 문제까지 재등장하면서 원화 약세 환경이 조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이란과 미국이 전날 4월8일 휴전 이후 가장 크게 충돌을 겪는 등 역외에서 원/달러 환율이 이미 1,530원대를 넘은 상황"이라면서 "시장이 미국과 이란의 합의가 쉽지 않은 구조라는 걸 조금씩 깨닫고 있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외국인의 국내 주식 매도세가 단기간에 진정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외환당국은 잇따라 구두개입성 발언을 내놓고 있지만 큰 힘을 내지 못하고 있다.
외환당국은 지난 달 22일 환율이 장중 1,520원에 근접하자 주간 거래 마감 직전 "환율 움직임이 펀더멘털 대비 과도한 측면이 있어 경계감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다는 메시지를 전했지만 환율은 이어진 야간거래에서 다시 1,519.5원까지 올랐다.
신현송 한은 총재는 지난 달 28일 금융통화위원회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환율 쏠림에는 아주 단호하게 대처하겠다"며 "환율 쏠림은 용인하지 않겠다. 수단과 의지가 있고 여러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
이날도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오전 시장상황점검회의에서 "외환시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과도한 쏠림에 필요시 즉시 조치하겠다"고 말했지만, 환율은 잠시 주춤하다가 다시 오름폭을 키우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