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대 부임 12년차 이집트 교수 "종교 다양성 포용, 한국 경쟁력 원천"
다국적 밴드 '그린 피라미드' 공연도… "외국인은 세계와 잇는 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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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모아멘 구다 교수는 한국의 경쟁력 원천으로 종교 다양성 포용 문화를 꼽았다. 그는 한국 사회의 인정 문화와 외국인 포용 정책 개선을 제안하며, 음악가로서 '그린 피라미드' 밴드 활동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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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대 부임 12년차 이집트 교수 "종교 다양성 포용, 한국 경쟁력 원천"
다국적 밴드 '그린 피라미드' 공연도… "외국인은 세계와 잇는 자산"
(서울=연합뉴스) 박세진 기자 = 대학 강단에서 경제학을 가르치면서 무대에도 올라 자신의 음악 세계를 펼쳐 보이는 화제의 인물이 있다.
그 주인공은 이집트에서 온 모아멘 구다(48)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다.
이집트 아인샴스대를 졸업한 뒤 영국 헤리엇와트대 에든버러 비즈니스스쿨에서 MBA를, 독일 마르부르크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2014년 한국외대 교수로 부임해 12년째 학생들을 가르치며 한국 사회를 연구하고 있다.
그가 경제학자의 시선으로 주목한 한국 경쟁력의 원천은 종교적 다양성을 포용하는 문화였다.
지난 1일 한국외대 서울 캠퍼스에서 그를 만났다.
구다 교수는 한국의 급속한 경제발전 배경을 교육이나 기술 혁신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며 서로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들이 조화롭게 공존해온 문화를 거론했다.
그는 "한국에서는 기독교인과 불교 신자, 다른 종교를 믿는 사람들, 그리고 종교를 갖지 않은 사람들까지 함께 살아간다"며 "종교를 선택하는 자유가 존중되고, 종교를 바꾸는 것 역시 큰 사회적 갈등 없이 받아들여진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문화는 사회적 신뢰와 안정, 공동체의 응집력을 높였고 경제발전의 중요한 토대가 됐다"고 평가했다.
종교성이 강한 사회에서 자란 그는 종교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종교는 공동체의 연대와 상부상조를 이끄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는 "종교적 차이가 정치 쟁점으로 비화하면 사회는 분열과 갈등에 빠질 수 있다"며 "종교적 다양성 속에서도 사회적 화합을 유지해 온 한국의 경험에서 이집트가 배울 점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교육열과 안전한 사회, 공공질서가 한국 사회의 경쟁력을 뒷받침한다며 민주화 과정은 이집트를 비롯한 중동 국가들이 참고할 만한 경험이라고 덧붙였다.
구다 교수는 한국 사회의 인정(人情) 문화에 대해서도 소감을 말했다.
"한국 사람들은 처음에는 다소 조심스럽고 낯을 가리는 듯 보입니다. 하지만 한번 인연을 맺으면 매우 따뜻하고 의리가 있으며 어려울 때 기꺼이 힘이 돼 줍니다."
그 자신이 그 따뜻함을 경험한 당사자이기도 하다.
2014년 독일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당시 박사과정을 마무리하던 아내와 함께 미국 대학 교수직을 알아보고 있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한국외대 교수 모집 공고를 보고 지원했는데, 미국 대학보다 훨씬 빠르게 채용 절차가 진행되면서 부부는 한국행을 택했다.
하지만 한국 생활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언어와 문화는 물론 대학 행정 등 모든 것이 낯설기만 해 한국을 떠날지 진지하게 고민하기도 했다.
그런 그들을 붙잡아 준 것이 주변 사람들의 따뜻한 손길이었다.
"한국인과 외국인 동료들의 친절과 우정이 어려운 적응기를 견디게 했고, 결국 한국에 남기로 결심하게 됐습니다."
그렇게 구다 교수 부부에게 한국은 낯선 나라가 아닌 새 보금자리가 됐다.
그 변화는 올해 10살 된 딸에게서 가장 선명하게 나타났다.
집에서는 독일어와 아랍어를 사용했지만, 유치원과 학교에서 한국어를 배우며 자란 딸은 지금 한국어와 독일어, 아랍어, 영어를 자유롭게 구사한다.
구다 교수는 "한국어는 딸에게 가장 편한 언어"라며 "한국어로 꿈을 꾸고, 때로는 이집트보다 한국에 더 깊은 소속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유치원 교사들은 가족처럼 아이를 따뜻하게 돌봐줬고, 아파트 경비원은 딸에게 두 시간 가까이 자전거 타는 법을 가르쳐 주기도 했다"며 "주위 사람들의 작은 친절이 우리 가족에게 한국을 또 하나의 고향으로 느끼게 해줬다"고 돌아봤다.
구다 교수는 지난 12년 동안 한국이 외국인에게 훨씬 개방적이고 국제적인 사회로 변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장기 체류 외국인과 전문 인력을 포용하는 제도와 행정은 아직 개선의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을 단순한 손님이나 노동력이 아니라 한국과 세계를 연결하는 파트너로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는 한국에서 공부하고 연구한 외국인들이 장차 비즈니스와 외교, 학계, 문화교류를 이끄는 인재로 성장해 한국과 세계를 잇는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다 교수는 한국 학생들에 대해서도 탄탄한 기초학력과 뛰어난 근면성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세계적인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질문하고 토론하는 데 보다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경제학은 비판적 사고와 토론을 통해 발전하는 학문입니다. 학생들이 질문하고 토론하는 데 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가졌으면 합니다."
한국의 대(對)중동·대아프리카 협력 방향에 대해서도 의견을 밝혔다.
그는 이집트가 아프리카와 중동, 유럽을 연결하는 전략적 관문(gateway)이 될 수 있다며 "한국은 앞으로 교역과 투자뿐만 아니라 사람에게 더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다 교수는 이집트를 비롯한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바라보는 한국의 위상이 한국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높다고 말했다.
한국의 경제발전 경험과 민주주의, 교육 수준은 여전히 많은 개발도상국이 참고하고 싶은 모델이라는 것이다.
"세계 여러 지역의 많은 사람이 한국을 영감의 원천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는 한국인들이 자신들의 성취를 조금 더 자랑스럽게 여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구다 교수는 강단 밖에서는 기타를 들고 무대에 오르는 음악가이기도 하다.
1991년부터 기타를 연주한 그는 이집트에서 15년 동안 기타를 가르치며 세계적인 이라크 출신 우드(중동 현악기) 연주자 나시르 샤마와 함께 아랍권 순회공연을 하기도 했다.
작곡도 꾸준히 해 지금까지 직접 쓴 곡만 40여 편에 이른다.
지난해 한국과 미국, 이집트 출신 연주자들과 함께 결성한 밴드 '그린 피라미드'에서 리드 기타를 맡고 있다.
사막과 과거의 상징인 피라미드에 생명과 재생을 뜻하는 '녹색'을 더한 밴드 이름에는 새로운 이집트 음악을 선보이겠다는 뜻을 담았다.
이집트풍 선율에 재즈와 록, 클래식 요소를 접목한 구다 교수의 자작곡을 주로 연주하는 그린 피라미드는 오는 10일 저녁 서울 종로의 복합문화공간 '반쥴'에서 여섯 번째 공연을 연다.
"익숙하지 않은 장르의 음악인데도 한국 관객들이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격려해 줍니다. 그것이 지금도 계속 곡을 쓰고 무대에 설 수 있게 하는 가장 큰 원동력입니다."
구다 교수는 처음에는 한국에서 몇 년만 머물다 떠날 생각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어느덧 12년의 세월이 흘렀고, 한국은 그의 학문과 가족, 그리고 음악이 함께 뿌리내린 삶의 터전이 됐다.
"한국은 우리 부부가 학문을 이어가고 딸을 키우며 공동체의 일원으로 살아갈 기회를 준 나라입니다. 그 점에 늘 감사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