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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년 된 메르카토르 지도의 왜곡으로 아프리카 대륙이 축소되어 국제 사회의 편견을 키워왔다. 토고는 2026년 9월 유엔 총회에서 이를 바로잡는 결의안 상정을 추진 중이며, 한국은 AI 강국으로서 '디지털 인류애'를 실천하며 이 캠페인에 동참해야 한다.
AI-generated summary
Why It Matters
500년 된 메르카토르 지도의 왜곡으로 아프리카 대륙이 축소되어 국제 사회의 편견을 키워왔으며, 토고가 이를 바로잡기 위한 유엔 결의안 상정을 추진 중이다.
세계 3대 AI 강국이 증명해야 할 '디지털 인류애'
박기태 반크 단장
[※ 편집자 주 = 연합뉴스 글로벌문화교류단이 국내 주요대학 아프리카 연구기관 등과 손잡고 '우분투 칼럼'을 게재합니다. 우분투 칼럼에는 인류 고향이자 '기회의 땅'인 아프리카를 오랜 기간 연구해온 여러 교수와 전문가가 참여합니다. 아프리카를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분석하는 우분투 칼럼에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기대합니다. 우분투는 '당신이 있어 내가 있다'는 뜻의 아프리카 반투어로, 공동체 정신과 인간애를 나타냅니다.]
◇ 500년 된 지도의 왜곡, 아프리카의 눈물
1569년 네덜란드의 지리학자 게라르두스 메르카토르는 항해자들을 위해 새로운 세계 지도를 개발했다. 이 지도는 나침반이 가리키는 방향을 직선으로 표시할 수 있었다. 흔히 말하는 이 '메르카토르 도법'은 대항해시대를 열어젖힌 위대한 발명품이었다. 그러나 이 지도는 치명적인 약점을 지니고 있었다. 적도에서 멀어질수록, 즉 북반구 고위도로 갈수록 면적이 극단적으로 확대됐다. 반면 적도 인근의 남반구는 터무니없이 축소되는 왜곡이 발생했다.
그 결과 우리는 500년이 다 돼가는 지금도 왜곡된 세계관 속에서 살고 있다. 지도 위에서 그린란드는 아프리카 대륙 전체와 맞먹는 크기로 그려진다. 하지만 실제 아프리카 대륙의 면적은 약 3천37만㎢로 그린란드보다 14배나 크다. 아프리카 대륙 안에는 미국, 중국, 인도, 서유럽 전체, 그리고 일본까지 한꺼번에 넣고도 남을 만큼 광활한 영토가 존재한다. 우리가 교실 벽면에서, 세계 지리 교과서에서 매일 마주하던 세계의 모습은 사실 철저히 가공되고 비틀어진 서구 중심적 시각의 잔재였던 셈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 지리적 왜곡이 단순한 '시각적 오류'에 머물지 않고, 아프리카를 향한 국제사회의 심리적·정치적 축소와 편견으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거대한 대륙이 변방의 작은 땅으로 치부되는 사이, 그 안에 살아 숨 쉬는 54개국의 다양성과 역동성은 생략됐다. 수많은 현대인은 여전히 아프리카를 하나의 국가처럼 오인한다. 또 가난과 질병만이 가득한 낙후된 변방으로 바라본다. 500년 전 항해사들을 위해 만들어진 지도가 오늘날 인류의 뇌리에 '지정학적 편견'의 쇠창살을 채운 격이다. 지도의 크기가 곧 국력과 가치의 크기로 치부되는 왜곡된 국제 사회의 시선 속에서, 아프리카 대륙은 보이지 않는 문화적·정치적 억압을 감내해야만 했다.
◇ 2026년 9월 유엔 총회 표결을 향한 토고의 외교전
"아프리카는 하나의 국가가 아니라 54개국으로 이뤄진 대륙입니다. 우리는 아프리카 대륙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하며, 지리적 정의와 세계에 대한 올바른 표현을 추구해야 합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지난 5월 한-아프리카 외교장관회의 참석차 한국을 방문한 로베르 뒤세이 토고 외교부 장관이 국내 대학 특강에서 던진 메시지는 그래서 더욱 묵직하고 절박하다.
로이터 통신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이 발언은 단순한 외교적 수사나 일회성 선언이 아니다. 아프리카연합(AU)의 55개 회원국은 16세기 메르카토르 도법이 야기한 지리적 왜곡을 일종의 '식민 잔재'로 규정했다. 이어서 이를 바로잡기 위한 '지도 바로잡기'(Correct The Map) 캠페인을 공식 채택했다. 그리고 AU를 대표해 토고가 이 국제 이니셔티브를 끌어나가고 있다.
외신을 통해 확인된 토고의 유엔 결의안 추진 행보는 명확하고 구체적이다. 토고 정부는 오는 9월 유엔 총회(UNGA)에 기존의 왜곡된 메르카토르 지도를 전 세계 교과서와 국제기구, 교육 현장에서 사용하지 않도록 하고, 대륙의 실제 크기를 정확하게 반영하는 21세기형 '이퀄 어스'(Equal Earth) 도법 지도를 세계 표준으로 채택·장려하자는 내용의 정식 결의안을 상정해 표결에 부칠 계획이다.
뒤세이 장관은 외신 인터뷰를 통해 "이 투쟁은 특정 국가나 개인을 겨냥한 정치적 공격이 아닌, 인류와 과학적 진실을 위한 노력"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9월 유엔 총회에서 어느 나라가 과학과 사실의 편에 서고, 어느 나라가 이에 반대해 투표하는지 전 세계가 똑똑히 지켜볼 것"이라며 국제사회의 양심을 정조준했다. 이 결의안은 단순히 지도의 선과 면적을 수정하자는 지리학적 논쟁이 아니다. 그것은 수 세기 동안 축적된 서구 중심주의적 시각을 탈피하고, 전 세계가 동등한 존엄성을 가진 동반자로서 서로를 바라보자는 '인류 역사적 정의의 복원' 선언이다. 그리고 이 거대한 정의의 물결 중심에 바로 대한민국이 서 있어야 한다.
◇ 왜 대한민국인가…'세계 3대 AI 강국'의 책무와 질문
대한민국은 현재 미국, 중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세계 3대 AI 강국'으로 도약했다. 독자적인 초거대 AI 모델을 보유한 몇 안 되는 국가이자, 글로벌 디지털 규범과 거버넌스를 선도하는 주역이다. 나아가 정부는 국제노동기구(ILO), 국제이주기구(IOM),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세계보건기구(WHO) 등 주요 유엔 기구들과 잇따라 협력의향서를 체결했다. 이로써 서울을 'AI 국제기구의 수도'이자 '세계 AI 국제기구 허브 국가'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공식화했다. 유엔 산하 AI 안전 연구기관 유치, 글로벌 AI 거버넌스 포럼 상설화 등 정부의 행보는 분명 고무적이다.
그러나 여기서 멈춰서는 안 된다. 국제기구를 유치하는 것과 국제기구를 설계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남이 만든 질서의 지부를 한국 땅에 들여오는 것은 외형적 성과일 뿐이다. 건물이 들어서고 간판이 걸린다고 해서 그 안의 서사까지 우리의 것이 되지는 않는다. 진짜 질문은 이것이다. 대한민국은 언제까지 초청받는 나라에 머물 것인가, 아니면 세계가 아직 갖지 못한 새로운 질서를 '제안하는 나라'로 나아갈 것인가.
현재 미국은 기술 패권을, 중국은 인프라 장악을, 유럽은 규제의 언어로 각각 표준을 선점하려 한다. 기존 국제기구들은 절차가 느리고 관료적이라 몇 달 만에 판이 바뀌는 AI 기술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20세기의 외교 문법으로는 21세기의 이 문제를 감당할 수 없다. 강대국이 설계하지 않은 새로운 AI 질서가 필요하다.한국은 이 질문에 답할 역사적 자격이 있다.
한국은 원조받던 최빈국에서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루고 AI 전환을 주도하게 된 유일한 나라다. 선진국의 문법도 알고 개발도상국의 현실도 아는, '두 세계를 모두 살아본 나라'다. 식민 지배와 빈곤의 기억, 그리고 첨단 선진국으로서 현재를 동시에 지닌 한국의 경험은 서로 다른 세계의 언어를 통역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외교적 자산이다.
그동안 인류가 메르카토르 지도를 보며 시각적 편견을 키워왔다면, 앞으로 인류는 인공지능(AI)이 생성해 내는 가상 세계와 인식을 보며 세계관을 형성하게 될 것이다. 만약 우리가 과거의 왜곡된 데이터와 지리적 편견을 그대로 AI에 학습시킨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인공지능은 아프리카를 여전히 변방의 낙후된 대륙으로 재조합해 낼 것이다. 500년 전의 메르카토르적 편견은 디지털 공간에서 영구히 박제되어 무한히 재생산될 것이다.
이것이 바로 기술 강국이자 두 세계를 경험한 한국이 토고가 주도하는 유엔 결의안에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주도적으로 동참해야 하는 이유이다. AI 국제기구 허브를 지향하는 한국은 데이터 주권과 편견 없는 디지털 환경 구축에 앞장서야 한다. 이는 한국이 마땅히 짊어져야 할 시대적 소명이자 국제사회에 대한 책무다.
◇ 지도를 넘어 AI로…디지털 공간의 왜곡을 바로잡다
한국이 주도적으로 이 문제를 이슈화한다면, 그 무대는 단순히 9월 유엔 총회장이라는 물리적 공간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유엔을 넘어 전 세계 디지털 생태계 전체로 공론의 장을 확대해야 한다. 과거 메르카토르 도법이 지리적 식민주의의 유산이라는 비판을 받았다면, 디지털 공간에서 데이터 왜곡 역시 새로운 형태의 불평등을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초거대 AI 모델들은 인터넷상 수많은 텍스트와 이미지 데이터를 무차별적으로 학습한다. 그 과정에서 걸러지지 않은 서구 중심의 역사적 오류, 인종적 편견, 그리고 지리적 왜곡이 AI의 알고리즘을 통해 마치 '객관적 진실'인 양 재포장된다. 또 이러한 정보가 전 세계 사용자들에게 실시간으로 전파되고 있다. 우리가 만약 메르카토르 도법이 심어놓은 왜곡된 시각을 그대로 방치한다면, 인류의 새로운 눈이 될 AI는 아프리카 대륙의 미래 가능성을 완전히 지워버린 채 차별의 시스템을 고착할 것이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먼저 한국이 AI 강국의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 글로벌 테크 기업들과 초거대 AI 모델이 아프리카에 대한 왜곡된 데이터를 학습하지 않도록 '디지털 아프리카 바로 알기 인덱스'와 'AI 윤리 가이드라인'을 선제적으로 제안할 수 있다. 토고와 AU가 유엔 표준으로 요구하는 이퀄 어스 도법 등 올바른 지리적 표현을 전 세계 디지털 교과서와 주요 포털의 지도 서비스(GIS), 그리고 메타버스 공간의 기본 표준으로 채택하도록 기술적·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반크 또한 아프리카 대륙 크기에 대한 왜곡을 바로잡기 위해 제작한 이퀄 어스 세계지도의 한국어판을 제작했다. 이 지도는 이퀄 어스 도법의 공식 웹사이트(equal-earth.com)에 정식 채택돼 전 세계에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한국이 지닌 디지털 외교 역량은 아프리카의 54개국이 가진 진정한 가치와 풍부한 문화적 다양성, 젊고 역동적인 인구 구조, 그리고 상생의 철학인 '우분투'(Ubuntu)'를 전 세계에 확산시키는 가장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다. 한국은 첨단 선진국으로서 현재와 식민 지배의 아픔을 동시에 기억하는 독특한 서사를 갖고 있다. 이는 서구 열강의 일방적 문법에 지친 아프리카 국가들에 그 어떤 나라의 메시지보다 깊은 진정성으로 다가갈 것이다. 한국이 앞장설 때, 전 세계 수많은 국가도 비로소 이 움직임에 기꺼이 동참하게 될 것이다.
최근 한국 청년들이 국제사회를 대상으로 아프리카에 대한 편견을 바로잡는 글로벌 활동(https://equalearth.one)을 펼쳤다. 그러자 아프리카 현지인들로부터 피드백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의 청년들이 글로벌 AI 모델의 왜곡된 한국 역사·문화 데이터를 바로잡는 활동을 넘어, 아프리카를 향한 해묵은 편견까지 연대해 목소리를 내주는 모습에 그들은 깊이 감동하였다고 전해왔다. 현지인들은 소중한 소감을 보내오는 것에 그치지 않고, 반크와 손잡고 전 세계적 캠페인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겠다며 연대의 손길을 건네고 있다.
◇ '우분투' 정신으로 그리는 새로운 세계 지도
아프리카에는 '네가 있기에 내가 있고, 우리가 있기에 내가 있다'는 뜻의 우분투 정신이 있다. 나의 존엄성이 타인의 존엄성과 연결되어 있으며, 공동체의 행복 없이 개인의 행복은 존재할 수 없다는 인류 보편의 상생 철학이다.
토고 장관이 외친 '지도를 바로잡자'라는 호소는 결국 우분투 정신의 또 다른 표현이다. 타인의 영토를 축소하고 왜곡된 시선으로 바라보는 세상에서는 그 누구도 진정한 평화와 번영을 누릴 수 없다. 올바른 지도를 복원하는 것은 아프리카만을 위한 일이 아니다. 인류 전체가 편견의 장막을 걷어내고, 서로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며 동등하게 연대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디지털 문화 영토의 주권을 수호하고 올바른 역사를 바로 세우는 것은 한국과 아프리카와 유사한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우리는 국제사회에서 동해와 독도의 이름을 지키는 한편 한국의 올바른 역사와 문화를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땀방울을 흘렸다. 이러한 노력은 이제 아프리카 대륙의 정체성을 온전히 되찾고자 하는 토고 장관의 외침과 공명하고 있다. 우리가 우리의 이름을 완전히 되찾기를 원했듯, 아프리카 역시 그들의 크기와 가치를 제대로 대접받아야 마땅하다.
대한민국이 추진하는 '세계 AI 국제기구 허브'의 종착지는 단순히 차가운 서버와 복잡한 알고리즘이 가득한 기술의 중심지가 아니다. 또 남이 만든 질서의 지부를 유치하는 외형적 성과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인류의 편견을 치유하고, 소외된 이들의 목소리를 디지털 세상에 올바르게 반영해야 한다. 이를 통해 '따뜻한 기술 인류애'의 발상지가 돼야 한다.
국제사회가 사실과 과학의 편에 서서 아프리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9월 유엔 총회에서 대한민국이 가장 먼저 토고의 손을 잡고 외치기를 바란다. 두 세계를 모두 살아본 나라로서 인류의 공존을 위한 새로운 디지털 질서를 대담하게 제안하자. 이제는 기술의 진보가 인류의 의식을 고양하고, 디지털 강국의 역량이 지구촌의 오랜 상처를 보듬어야 할 때다. 이 역사적 서막을 우리가 주도적으로 열어가야 한다. 지도를 바로잡는 일, 그것은 21세기 대한민국의 위대한 디지털 공공외교의 시작이 될 것이다
※ 외부 필진 기고는 연합뉴스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박기태 단장
현 반크 단장, 경기도 인공지능위원회 위원, 직지 홍보대사 활동 중, 재외동포청 정책자문위원, 재외동포정책실무위원, 외교부·대검찰청 정책자문위원, 청와대 청년위원회 위원, 국가브랜드위원회 자문위원, KOICA 홍보전문위원, 국제교류재단 공공외교홍보대사, 서울시 홍보대사 등 역임. 저서 'AI 외교관: 세계를 이끄는 반크의 외교 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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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outlook — possibilities, not facts
토고가 제안한 유엔 결의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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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AI 국제기구 허브로서 데이터 주권과 편견 없는 디지털 환경 구축에 앞장설 것이다.
Likely · Long ter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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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 학습 데이터의 편향성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 한국은 AI 국제기구 허브로서 어떤 새로운 질서를 제안할 것인가?
- 유엔 결의안 표결에서 각국의 입장은 어떠할 것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