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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저민 브리튼 오페라 '피터 그라임스', 국립오페라단 국내 제작 초연
Culture
연합뉴스4h agoCulture5 min readSouth Korea

벤저민 브리튼 오페라 '피터 그라임스', 국립오페라단 국내 제작 초연

Quick Look

국립오페라단이 벤저민 브리튼의 오페라 '피터 그라임스'를 국내 최초로 제작,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초연했다. 타인과의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어부 피터 그라임스가 공동체의 모함 속에서 죽음을 택하는 줄거리로, 탁월한 연출과 음악으로 깊은 감동을 선사했다.

AI-generated summary

Why It Matters

영국을 대표하는 작곡가 벤저민 브리튼의 오페라 '피터 그라임스'가 국립오페라단의 국내 제작 초연으로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올랐다. 이 작품은 20세기 현대 오페라의 인기작으로, 타협할 줄 모르는 성격 때문에 따돌림당하던 어부가 공동체의 모함 속에서 죽음을 택하는 줄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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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을 대표하는 작곡가 벤저민 브리튼의 오페라 '피터 그라임스'가 지난 18일 국립오페라단(단장 겸 예술감독 박혜진)의 국내 제작 초연으로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올랐다. 20세기 현대 오페라의 보기 드문 인기작으로 세계 유수의 오페라하우스에서 최고의 연출가들이 앞다퉈 재창조한 오페라다.

타협할 줄 모르는 비사교적 성격 때문에 마을에서 따돌림당하던 어부 피터 그라임스가 그의 고기잡이를 돕는 두 소년 조수의 죽음으로 범죄 혐의를 얻게 되면서, 공동체의 지속적인 모함과 괴롭힘 속에서 결국 죽음을 택한다는 줄거리다.

2024년 코른골트의 '죽음의 도시'를 연출한 줄리앙 샤바에게 이번 작품의 연출을 맡긴 것은 적절한 선택이었다. '폐쇄적인 사회에서 고통받는 아웃사이더에 대한 연민'이라는 주제를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깊은 울림의 가사와 브리튼의 풍요로운 음악을 탁월한 연출적 상상력으로 무대 위에 구현해 관객을 진한 감동으로 이끌었다.

타인과의 소통이 어려운 주인공 피터 그라임스의 괴팍한 성격에 내재된 인간적 기품과 고독을 관객에게 충분히 이해시켜, 슬픔과 연민의 치밀한 빌드업에 성공한 것이다.

앰버 반덴훅이 디자인한 무대는 부서진 배의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계속 회전하고 이동하는 이 공간들은 마을 술집과 피터의 집 등으로 효과적으로 활용돼 관객에게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독일 낭만주의 화가 카스파 다비트 프리드리히의 걸작 '바닷가의 수사(Der Monch am Meer)'가 반투명 막으로 제작돼 내려왔을 때의 전율은 잊기 어렵다. 이 그림의 주제인 '인간을 압도하는 자연 속의 절대고독'이 바로 피터 그라임스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폭풍우 속에서 피터가 볼스트로드 선장에게 비극적 항해의 진실을 묘사할 때, 소년과 피터가 탄 배가 그림의 바닷물 위로 지나가는 장면은 압권이었다. 프리드리히의 이 그림은 뒤에 새로 온 소년 조수를 데려간 피터의 집에도 다른 그림들과 함께 걸려 있어, 누추한 집에서 외롭게 살아가는 피터의 기품 있는 내면 세계를 보여준다.

세버린 베송이 디자인한 의상은 무대 위의 배 구조물과 마찬가지로 오랜 세월 거센 비바람에 시달린 바닷가 마을 사람들의 삶을 반영했다.

특히 바닷물 빛의 합창단 의상은 그들의 움직임과 함께 마치 바닷물이 일렁이는 듯한 효과를 내, 장면 사이에 삽입된 브리튼의 '바다 간주곡'들과도 매혹적인 조화를 이뤘다.

'죽음의 도시'에도 참여했던 조명디자이너 엘로이 지아니니의 자연광에 가까운 아름다운 조명은 갈등과 긴장이 고조되는 후반으로 가면서 주인공 피터의 죄의식을 파고드는 날카롭고 폭력적인 조명으로 바뀐다.

마을 사람들의 혐오와 증오, 죽은 소년 조수들에 대한 죄책감으로 이성을 잃는 피터는 사정없는 직사 조명에 노출되고, 볼스트로드 선장의 조언에 따라 죽음을 결심한 그가 검은 실루엣의 형태로 그 빛을 향해 걸어가는 마지막 장면은 관객에게 슬픔을 넘어선 숭고한 감동을 체험하게 한다.

바그너와 슈트라우스 오페라 지휘의 권위자 알렉산더 조엘이 이끈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는 놀라울 정도로 명료한 음악을 선사했다.

브리튼의 복잡하고 어려운 리듬과 화성을 손에 쥐어주듯 정확하게 연주해 관객들이 무대 위에 보이지 않는 풍경까지 머릿속에 섬세하게 그릴 수 있게 했다. 무대 위 주·조역 및 합창단에게 손짓으로 끊임없이 신호를 준 지휘자의 열정이 음악을 더욱 활력 있게 만들었다.

테너 크리스토퍼 벤트리스는 극도의 서정과 격정을 오가는 고난도의 피터 그라임스 역을 특유의 미성과 순발력으로 완벽하게 소화했고, 소프라노 문수진은 피터를 도우려다 좌절하는 엘렌의 깊은 고뇌와 연민을 강렬한 가창으로 설득력 있게 표현했다.

볼스트로드 선장 역의 바리톤 양준모는 마주하는 인물과 상황에 따라 가벼움과 무게감을 적절히 표현하며 정교한 가창을 들려주었다. 앤티 역의 메조소프라노 임은경을 비롯한 모든 조역도 인물들의 이중성을 포착한 연기로 극의 재미를 더했다.

국립오페라스튜디오 합창단과 위너오페라 합창단은 합창의 비중이 특별히 큰 이 작품의 실질적인 주역 역할을 제대로 해냈다. 집단의 분노, 조롱, 공포, 경악 등을 가창과 연기로 이보다 더 잘 표현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무용수 김채희, 아역 배우의 연기력도 극의 완성도를 높였다. 공연은 오는 21일까지.

[email protected]

Open Questions

  • 피터 그라임스의 죽음 이후 공동체의 반응은 어떠할 것인가?
  • 이 작품이 한국 오페라계에 미칠 장기적인 영향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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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s article was originally published by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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