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 최불암의 14년간 '한국인의 밥상' 여정과 따뜻한 발자취 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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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최불암은 14년간 '한국인의 밥상'을 진행하며 전국과 해외 동포들을 만났다. 그는 지난달 29일 향년 87세로 별세했다.
(서울=연합뉴스) 고가혜 기자 = "전국 모든 분들에게 사랑을 받았어요. 그 사랑을 다시 어떻게 갚을지 방법을 아직도 못 찾고 있습니다. 그저 열심히 할 뿐이죠. 몸이 부서질 때까지 일하는 게 저로선 그 빚을 갚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지난달 29일 향년 87세를 일기로 별세한 '국민 아버지' 배우 최불암이 생전 남긴 나지막한 고백이 안방극장에 울림을 안겼다.
1일 밤 방송된 KBS 1TV 특집 다큐 '밥상지기 최불암 당신을 기억합니다'는 고인이 14년간 묵묵히 걸어온 '한국인의 밥상' 여정과 방송을 향한 열정, 길 위의 사람들을 향한 그의 따뜻한 시선이 담겼다.
이날 다큐멘터리는 지난해 1월 촬영된 그의 마지막 '한국인의 밥상' 출연 장면으로 문을 열었다.
최불암은 병상에서도 마이크를 잡고 직접 방송 내레이션을 녹음했다. 병원복을 입고 병실 의자에 힘 없이 기댄 상태였지만 그는 끝까지 담담하게 대본을 읽어 내려갔다.
"제가 오늘도 이렇게 길 위에 서 있게 되는군요. 이 길을 참 많이도 걸었죠. 그 길에서 사람을 만나고 밥상을 차렸습니다."
방송은 오지와 벼랑길을 마다하지 않고 전국 팔도를 누비던 최불암의 발자취를 생생히 담았다. 눈길에 차가 미끄러지자 망설임 없이 차에서 내려 비탈길을 걸어 올라가고, 해녀들과 함께 가파른 바닷가 바위 틈에서 해초를 채취하는 모습에선 고생길도 마다하지 않던 그의 열정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최불암의 시선은 묵묵히 일하는 평범한 이웃들의 거친 손을 향했다. 그는 새벽 농수산물 경매장에서 만난 이의 리어카를 함께 밀고, 연탄을 나르던 노동자의 새까만 손을 꼭 쥐며 "손에 두꺼운 굳은살이 박힌 만큼 다른 집이 따뜻하게 사는 것"이라 다독였다. 뼈마디가 휜 어부의 손을 어루만지면서는 "참 훌륭하신 손"이라고 위로했다.
그의 발걸음은 국경 너머로도 이어졌다. 중국 동포들을 만나 함께 떡메치기를 하고, 멕시코 에네켄 농장 후손들을 찾아 함께 '아리랑'을 불렀다. 미국 사탕수수 농장에서 일했던 한인 노동자의 묘역을 찾아 그의 묘비 앞에 밥과 김치를 차리고 절을 올렸다.
최불암은 "어디서든 동포를 만나면 붙잡고 울고 싶어진다. 그게 한국인의 얼"이라며 "'한국인의 밥상'이 고향의 하늘과 산, 바다, 사람, 음식을 전부 담아내 그분들의 향수와 귀소본능을 달래주고 있는 것"이라고 말한 뒤 벅찬 표정을 짓기도 했다.
길 위에서 만난 어르신들을 통해 돌아가신 어머니를 떠올렸던 일화도 소개됐다.
나이 지긋한 어르신에게서 막걸리 한 사발을 건네받은 그는 "저희 어머니도 서울에서 주모를 하셨는데, 오늘따라 정말 어머니 생각이 난다"며 "부엌살림과 솜씨를 다 내어주신 어머니들은 늘 그립고, 고맙고, 안아주고 싶은 분들"이라고 털어놓은 뒤 눈시울을 붉혔다.
최불암이 소외 계층 아동 지원에 관심을 두게 된 배경도 다뤄졌다.
1981년 드라마 '전원일기'에서 금동이를 입양하는 에피소드가 방송된 이후 자신에게 칭찬 전화와 편지가 쏟아졌다고 회고한 그는 "그때 처음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고 관심을 갖게 됐다"고 털어놨다.
"아이들의 그 작고 여린 손을 잡았던 순간들이 제 인생에 가장 가슴 뜨거웠던 시간이었습니다. 누군가를 도울 수 있을 때 비로소 어른이 된다는 것도 그때 알게 됐죠."
카메라 앞의 연기자로, 길 위의 따뜻한 이웃으로 평생을 살아온 최불암의 마지막 인사는 묵직한 여운을 남겼다.
"웃어도 하루, 슬퍼도 하루 주어진 시간은 어김없이 흐르고 그저 묵묵히 그 시간을 살아갈 뿐이지요. 제게도 모든 순간이 선물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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