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방 직후 3개월 만에 제작된 첫 한글 국어 교과서 '한글 첫 걸음'은 일제 잔재 청산과 한글 교육 보급의 절박함을 담고 있으며, 1948년 첫 국정 교과서 '바둑이 와 철수'를 통해 민족성 회복 의지를 보여줬고, 1970년 이후 한자 삭제로 언어 정책이 완전히 한글 중심으로 변화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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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 후 한글 교육은 일제 강점기 동안 suppressed된 우리말을 복원하고 문맹률을 낮추기 위한 긴급 조치로 시작되었으며, 초기에는 자음·모음 중심의 문법 교육이 주를 이뤘다.
해방 3개월만 첫 국어 교과서 '한글 첫 걸음'엔 일본어 대체할 한글 교육 간절함 담겨
1948년 첫 국정 국어교과서 '바둑이 와 철수'…"일제에 멸종된 바둑이가 주인공, 민족혼 회복 의미"
1970년 이후 모든 교과서 한자 사라져…"언어 정책, 완전히 한글 중심으로 변화 상징"
세종대왕 묘호서 따온 세종시…행정구역·마을 이름도 한글에다 다리도 '이응(ㅇ)다리'
(세종=연합뉴스) 양영석 기자 = 국어 교과서는 우리 한글 교육의 발자취가 오롯이 담긴 문화유산이다.
해방 이후 나온 첫 국어 교과서에는 당시 한글 교육·보급에 대한 절박함이 담겨 있다.
주권 국가로 자리 잡는 과정에서 일제 문화 잔재물을 청산하고 우리말을 복원하기 위한 시급성과 시대정신이 한글 교육 방식에도 그대로 드러난다.
해방 직후 한글 교육은 자음·모음 중심의 문법 교육에서 문장, 소통 중심으로 전환됐다.
1970년 이후 2차 교육과정에서부터 모든 교과서에서 한자가 사라지면서 우리나라 언어정책이 완전히 한글 중심으로 바뀐 것을 볼 수 있다.
◇ 해방 후 첫 한글 교과서에 담긴 간절함
국내에서 역사가 가장 오래된 교과서 전문 출판사가 운영하는 교과서박물관이 세종에 자리 잡고 있다.
박물관에서는 1945년 해방 이후 만든 첫 한글 국어 교과서와 1948년 정부 수립 후 나온 첫 국정 국어 교과서를 비롯해 국내 모든 교육과정의 교과서를 만나볼 수 있다.
해방 이후 조선어학회는 3개월이란 짧은 시간에 온전히 한글로 된 첫 국어 교과서 '한글 첫 걸음'을 서둘러 만들었다.
일본어로 된 국어 교과서를 대체하고 우리말인 한글 교육·보급을 위한 교재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김종인 박물관 부관장은 "해방 직후 문맹률이 70∼80%인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어찌 보면 긴급 조치로 만든 책"이라며 "우리말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하려는 간절함이 묻어있고 민족성을 복원하기 위한 상징적인 가치를 담고 있는 책"이라고 설명했다.
'한글 첫 걸음'은 자음·모음 중심의 문법 교육에 중점을 뒀다. 한글이라는 문자를 보급하기에는 적합한 방법이었지만, 여전히 일제강점기 교육 방식이기도 했다.
김 부관장은 "많은 사람이 글자를 모르니, 정규 교육 과정으로 투입되기 전 과도기적으로 문자를 배울 수 있도록 해준 교과서가 바로 '한글 첫 걸음'"이라고 강조했다.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당시 문교부 주도의 첫 국정 국어 교과서인 '바둑이 와 철수'가 제작됐다.
초등학교 1학년 1학기 국어 교과서인 '바둑이 와 철수'는 자음·모음 교육 방식에서 벗어나 서양의 문장, 소통 중심의 교육 방식을 도입한 것이 특징이라고 김 부관장은 설명했다.
재미난 점은 당시 문법 교육이 약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일면서, 교과서 문장에서 명사와 조사를 분리해 서로 다른 글자인 점을 부각했다.
이를테면 현재는 '바둑이와 철수'라고 쓰지만, 당시는 '바둑이 와 철수'라고 각각 띄어놓았다.
이런 명사와 조사를 띄운 방식은 1963년 이전까지 초등학교 1학년 교과서에서 확인할 수 있다.
'바둑이 와 철수' 교과서를 통해 당시 시대상을 짐작해 볼 수 있다.
김 부관장은 "가장 평범하고 흔한 '철수', '영희' 이름과 함께, '바둑이'라는 우리 토종 개인 삽살개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스토리텔링 방식을 도입했다"며 "일본이 군수용 가죽 보급을 위해 멸종시킨 바둑이를 주인공으로 삼은 것은 어찌 보면 우리 민족혼을 되살리겠다는 의지가 이면에 담겨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제에 의해 소멸했던 것을 부활시키려는 철학적인 맥락이 한글 교육에서도 그대로 묻어있다는 설명이다.
그전까지는 초등 4학년 이상 교과서에는 한자가 병기됐는데, 1970년 이후 모든 교과서에서 한자가 사라지게 된다.
김 부관장은 "1970년을 분기점으로 해서 우리나라 언어 정책이 완전히 국어, 한글 중심으로 바뀐 점을 교과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고 짚었다.
◇ 한글 마을이름·벽화·건축물·…세종시에 녹아든 '한글 정체성'
세종시는 한글과 깊이 연결된 도시다.
세종대왕의 묘호에서 도시 이름을 따왔는데, 여기에는 '세상의 으뜸' 도시를 만들어 달라는 국민의 바람이 담겨 있다.
세종시는 도시 모든 행정구역, 도로, 마을명칭 등을 순우리말로 지을 만큼 한글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원도심에 가면 근대 건축물 큰 외벽에 거대한 벽화가 그려져 있다.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드로잉작가 '미스터 두들'(Mr Doodle·본명 샘 콕스)이 한글을 주제로 남긴 높이 4m, 너비 20m의 거대한 작품이다.
누구나 무료로 세종시민이 사랑하는 한글 25자를 두들의 아이콘과 결합해 만든 대형 벽화 작품 '한구들'(HANGOODLE)을 감상할 수 있다.
세종시를 관통하는 금강에는 동그란 모양의 거대한 다리가 놓여 있다.
차는 다닐 수 없고 사람과 자전거만 다닐 수 있는 이 다리는 한글 자음 'ㅇ'을 닮았다고 해서 '이응다리'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세종대왕이 한글을 반포한 1446년을 기념해 1천446m 길이로 조성됐다.
교과서박물관에는 교과서 외에도 다양한 한글 관련 기록 유산이 소장돼 있다.
한글의 전문적 이론 연구와 후진 양성을 통해 한글의 대중화와 근대화를 이끈 국어학자인 주시경 선생의 친필 이력서 등도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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