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란 우두머리 혐의 항소심 공판서 피고인 신문… "야당 행태에 십자포화 맞서 싸우려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항소심 공판에서 국가 위기 상황에서 비상계엄 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며 12·3 비상계엄 선포를 재차 두둔했다. 그는 야당 행태에 맞서기 위해 계엄을 선포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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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국회에 군을 보낸 행위를 내란죄로 인정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영습 기자 = 윤석열 전 대통령이 27일 법정에서 "국가 위기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게 비상계엄밖에 없었다"며 12·3 비상계엄 선포를 재차 두둔했다.
문재인 정부 때 검찰총장으로서 지휘한 수사들에 대해 "선출된 정부를 지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윤 전 대통령은 이날 서울고법 형사12-1부(이승철 조진구 김민아 고법판사) 심리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 항소심 공판에서 피고인 신문을 받으며 이같이 발언했다.
그는 계엄 선포 배경에 관한 변호인단 질의에 "이젠 정말 야당 행태에 대해 정치적으로 할 말 하면서 가야겠다, 이런 생각이었다"며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답했다.
비상계엄 선포 직후 떨어졌던 지지율이 '4차 대국민 담화' 이후 회복됐다고 변호인이 언급하자 "국민들이 제게 상당히 공감해줬던 만큼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기각됐으면 방해를 덜 받고 국정운영을 할 수 있지 않았겠나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재판부가 '비상계엄이 해제된 이후 국정 운영이 더 어려워질 것임은 쉽게 예상 가능한데, 이러면 계엄 선포의 실익이 있나'라고 묻자 윤 전 대통령은 "제 개인은 더 공격받고 어려울 수 있지만, 십자포화에 맞서 이제는 나도 좀 싸워나가야겠다 싶었다"고 했다.
이어 "(야당이) 직업 공무원, 감사원장까지 저렇게(탄핵) 하는 것을 보니, 사람들이 이 정부를 뭐라 보겠나"라며 "나를 십자포화로 말려라, 그런 각오를 했다. 나라 위기라는 비상사태에서 할 수 있는 게 계엄밖에 없는데"라고 덧붙였다.
국가기관을 장악하려 한 게 아니고 계엄을 선포해 야당의 폭거를 국민에게 알리려 했을 뿐이라는 주장도 되풀이했다.
변호인이 '피고인이 헌법 질서를 파괴해 친위 쿠데타를 했다는 특검 주장은 피고인이 공개적으로 밝혀온 신념, 가치관과 반대된다'고 지적하자 윤 전 대통령은 "자유 사회를 무너뜨리는 행위는 자유 사회의 방식으로 대응해야지, 공산주의 방식으로 대응한다면 자유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장기 독재할 목적으로 계엄을 선포한 것은 아니라면서 "대통령은 힘든 자리였고, 5년 이상 하면 제 명에 못 살지 싶었다"라며 "험한 말로 '미쳤다고 장기로 앉아서 이 짓을 하겠나' 생각한다"고 항변했다.
비상계엄 포고령은 당시 국회로 몰려들 것으로 예상된 인파에 심리적 부담을 줘 혼란을 막기 위해 발령했다는 주장도 폈다.
윤 전 대통령은 정치활동 금지, 영장 없는 체포·압수수색을 명시한 포고령의 위헌성을 인식하지 않았느냐는 특검팀 질의에 "국회로 들어오는 시위대를 저지하기 위해 그 내용을 지우지 않은 것"이라며 "계엄이 금방 해제될 것인데 큰 의미가 있나, 당연히 효력이 없는 게 아닌가"라고 답했다.
재판부가 "경찰이 포고령에 근거해 국회에 대해 이른바 '2차 통제'를 한 것으로 보이는데, 포고령의 집행 가능성이 없다고 할 수 있나"라고 지적하자 윤 전 대통령은 "발령 당시에는 경찰이 투입된다는 생각도 못 했고, 경찰에 외곽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할 때는 포고령을 까맣게 잊은 상황이었다"고 주장했다.
윤 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국가관과 신념에 관한 변호인단 질의에 답하며 문재인 정부 당시 검찰총장으로서 지휘한 수사들을 옹호하기도 했다.
문 전 대통령으로부터 검찰총장 임명장을 받을 때 심경을 묻자 그는 "(문 전 대통령이) 차담을 하며 살아있는 권력도 수사하라고 얘기하셔서 고맙게 생각했다"고 답했다.
이어 "검사가 선출된 정부를 흔드는 게 아니라, 주변에 있는 비리를 단호히 제거해 정부를 지키는 것이라 생각했다"며 "문재인 정부 때 수석비서관 등에 대해 많은 사법 처리를 했는데, 그게 오히려 정부를 돕고 국민에게도 원칙대로 한다는 믿음을 준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윤 전 대통령은 또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이 이른바 '채널A 사건'에 대한 검찰총장의 수사 지휘권을 배제한 일을 언급하며 "권력이 사유화된 게 아니냐, 그런 생각을 갖고 더는 (총장직에) 못 있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변호인은 "국가 권력과 개인 자유의 관계에 대한 부친과의 밥상머리 대화 내용 중 기억나는 부분을 말해달라", "법학 공부를 하면서 헌법 체계나 질서가 다 성경 말씀에서 나왔다고 했는데 어떤 의미인가",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책으로 밀턴 프리드먼의 '선택할 자유'를 꼽았는데 어떻게 읽었나" 등 질문을 이어갔다.
변호인이 "사법고시를 8번 만에 합격했는데 포기하지 않고 계속 도전한 이유가 뭔가"라고 묻자 재판부는 "이 사건 항소 이유와 거리가 있으니 질문과 답변을 간단히 해달라"고 제지하기도 했다.
윤 전 대통령은 신문 말미에 배우자 김건희 여사와의 대화 내용을 언급하며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그는 "조국 사건 수사 이후 고초를 겪을 때 아내가 '사건 던져놓고 총장 직위를 만끽하면 되지 왜 정치권력과 붙어 그러냐, 당신 바보 아니에요'라고 했다"며 "계엄 이후엔 '거대 야당이 어쩌든 대통령 직위를 좀 즐기고 하지, 미쳤다고 그거 해서 이렇게 고생하게 하냐'는 말을 수도 없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근데 나는 해야 할 일을 안 하곤 (못 배긴다).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할 때도 '이것을 어떻게 덮냐, 역사의 죄인이 어떻게 되나'라고 얘기했다"며 "그렇게 살아왔으니 대통령 자리까지 갔을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날 김용현 전 장관에 대한 피고인 신문까지 마무리하고 오는 29일 공판에선 특검팀 측 최후변론을 들을 계획이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국회에 군을 보낸 행위가 '국헌문란 목적'과 '폭동'이라는 내란죄의 성립 요건에 부합한다며 유죄를 인정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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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팀 측 최후변론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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