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육 환경·물가 항의 시위서 대규모 약탈·충돌 발생…마크롱 정부 '극좌 탓', 야권은 '이민·무능' 공격
프랑스 대선을 반년 앞두고 전국적인 교육 환경 및 고물가 항의 시위 중 대규모 약탈과 폭력 사태가 발생해 2천400명이 체포됐다. 정치권은 극좌 세력 선동, 이민 정책 실패, 정부 무능 등을 두고 거센 책임 공방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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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전역에서 교육 환경과 고물가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발생해 폭동으로 확산되었다.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프랑스가 대통령선거를 반년 앞두고 현대 역사상 최악 중 하나로 꼽히는 소요 사태에 직면한 가운데 정치권은 책임 공방을 벌이며 대혼란에 빠져 있다.
지난 17일(현지시간) 프랑스 전역에서 벌어진 열악한 교육 환경·고(高)물가 항의 시위에 50만명 넘게(정부 추산) 참여한 가운데 검은 복면을 쓴 폭도들이 거리에서 1천500개 상점을 약탈, 파손했다. 2천400명이 체포됐으며 경찰관 약 1천명이 다쳤다.
영국 BBC 방송은 19일 "프랑스 현대사상 가장 최악의 무질서 사태 중 일부가 펼쳐지고 있다"며 "프랑스 전역에서 사람들이 충격에 빠져 있다. 최루가스가 마을을 뒤덮고 제지받지 않고 약탈하는 사람들, 공공건물이 불타는 모습에 나라가 근심에 잠겼다"고 전했다.
파리에서 파손된 상점들 사이의 한 벽에는 붉은 페인트로 '빛의 도시(파리의 별칭)가 어둠에 빠졌다'는 글귀가 쓰였다.
지역 사회도 충격에 빠졌다. 시청이 불에 타버리는 등 큰 피해를 본 리모주의 기욤 게랭 시장은 현지 LCI 방송에 "우리 시청을 (화재 후 재건된) 노트르담성당과 같은 상태로 재건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총리실이나 엘리제궁(대통령실)에서 48시간 내로 이를 약속하지 않으면 사임하겠다"고 말했다.
곧 퇴임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세바스티앵 르코르뉘 총리의 중도우파 정부는 거듭해서 극좌를 탓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18일 폭도들을 시위자와 구분해야 한다면서 "극좌(ultra-left) 주변부 집단 선동가들에 수많은 불량배들이 가담했다"고 주장했다.
르코르뉘 총리는 극좌 성향 대선 주자 장뤼크 멜랑숑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 대표가 17일 벌어진 폭력 사태를 충분히 비판하지 않았고 학생 시위를 부추기는 데만 시간을 보내왔다고 거듭해서 비판했다.
멜랑숑 대표는 곧바로 르코르뉘 총리가 "무능함으로 점철돼 빚은 혼란에 책임이 있다"고 반격했다.
멜랑숑 대표는 LCI 방송에서 "문제의 핵심은 시위대의 요구, 학생들이 직면한 문제, 높은 생활비"라며 정부가 강경 진압을 정당화하려 학생 시위를 깎아내리고 폭력 사태를 악화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력한 대선 주자인 극우 국민연합(RN)의 마린 르펜 의원은 "우리는 수십년간 고삐 풀린 이민의 대가를 치르고 있다"며 폭동의 책임을 정부의 이민 정책으로 돌렸다.
르펜 의원은 프랑스 국기 앞에 모습을 드러낸 영상을 게시해 "마크롱파 정부는 힘도, 방향도 잃었다"고도 질타했다.
과반 정당 없이 좌, 우, 중도로 분열된 의회는 사실상 마비 상태로 이어져 왔고 마크롱 대통령은 '레임덕' 상태라는 게 공공연한 평가인 만큼 이같은 상황은 정계부터 거리 곳곳까지 프랑스 전체에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고 BBC 방송은 짚었다.
높은 공공 부채와 재정 적자로 금융시장은 불안 속에 프랑스의 재정 건전화를 주시하고 있으나 공공서비스나 복지 예산을 삭감하는 것은 이미 분노로 불붙은 여론에 기름을 끼얹는 일이 될 수 있어 프랑스 정부는 진퇴양난 처지다.
프랑스 국민은 정치인들이 해결책을 찾지 않고 서로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교사이자 세 자녀의 아버지인 에두아르는 BBC에 "우리가 안전을 걱정하는 동안 그들은 이 상황을 대선 전 정치 게임판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선이 이번 사태의 시발점이 된 교육 개혁 문제 해결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저명한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는 17일 르몽드에 쓴 칼럼에서 "물가상승률과 학생 수 증가를 고려할 때, 마크롱 대통령 임기가 시작된 2017년보다 학생 1인당 교육 예산은 실질적으로 20% 깎인 것"이라며 "프랑스의 중심 이슈는 교육 재투자가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피케티는 '프랑스가 교육에 투자할 재정이 없다'는 정부나 그 지지자들의 말은 사실이 아니며 모든 건 '분배의 문제'이고 또 다른 경제발전 모델을 구축하는 일이라면서 "이것이 다가올 선거의 중심에 놓이기를 바란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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