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인글방 재건축으로 역사적 공간 마감, 동포사회 기록물 통합 보존 촉구
Quick Look
부산 광안리 수녀원의 이해인 수녀 해인글방이 건물 재건축으로 10월 중 운영을 마감함에 따라 동포사회는 재외동포청에 해인글방의 디아스포라 기록물을 국가 차원의 공공 아카이브로 통합 보존할 것을 청원했다. 한인회장단은 자료 분산 우려를 표하며 정부 주도의 해결책 마련을 요청했다.
AI-generated summary
Why It Matters
해인글방은 부산 광안리 수녀원에 위치하며 30년 가까이 전 세계 한인 디아스포라의 영적·문화적 안식처로 기능해왔다. 이곳에는 파독 광부와 간호사, 아프리카 선교사, 중동 건설 노동자, 고려인 등 재외동포들의 친필 편지, 엽서, 사진 등이 수집되어 있다.
(서울=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부산 광안리 수녀원 내에 자리하며 30년 가까이 전 세계 한인 디아스포라의 영적·문화적 안식처로 기능해온 이해인 수녀의 '해인글방'이 10월 중 건물 재건축으로 오랜 공간의 역사를 마무리한다.
이 공간이 지닌 역사적 무게감에 비해 아쉬운 마감 소식이 전해지자, 동포사회는 해인글방에 소장된 다수의 동포 서신 등 자료가 흩어질 수 있다며 재외동포청에 국가 차원의 '기록물 통합 공공 아카이브' 구축을 촉구하는 청원에 나섰다.
해인글방 관련 기록물 보관 등은 문화체육관광부나 지방자치단체 소관 영역에 가깝지만, 전 세계 700만 디아스포라의 생생한 삶의 애환이 응축된 자료라는 점에서 해외 동포들이 주무 부처인 재외동포청의 문을 두드렸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6일 동포사회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2026 세계한인회장대회' 폐회식에서 아프리카 및 아시아 지역 한인회장단은 재외동포청에 '해인글방 디아스포라 기록물 통합 보존·공공 아카이브 조성 청원서'를 전달했다.
이번 청원은 남수단에서 봉사와 헌신을 이어온 김기춘 남수단한인회장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여기에 이영열 콜카타한인회장, 조상현 인도한인회총연합회장, 심상만 세계한인총연합회 명예회장(전 첸나이한인회장) 등 인도 한인사회가 적극 호응했다.
고(故) 이태석 신부의 헌신이 스민 남수단과 마더 테레사의 사랑이 숨 쉬는 콜카타 등 오지에서 사명을 다해 온 한인들이 청원에 앞장선 것은, 고단한 타국 생활 속에서 이해인 수녀가 건넨 위로와 문서선교의 손길이 깊고 절실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김민철 재외동포청 차장을 만나 정부 차원의 각별한 관심을 호소했다. 이에 김 차장은 이해인 수녀의 기록을 통합적으로 보존해야 한다는 필요성에 공감하며 "내용을 검토해 가능한 역할이나 지원 방안이 있을지 살펴보겠다"고 답했다.
이해인 수녀가 수십 년간 시와 수필을 집필하며 세상과 소통해 온 해인글방은 단순한 개인의 서재를 넘어선 독보적인 문화적 위상을 지닌다.
1960∼1970년대 파독 광부와 간호사, 아프리카 오지의 선교사, 중동 건설 노동자, 고려인 등 재외동포들이 모국을 그리워하며 보낸 친필 편지와 엽서, 빛바랜 흑백 사진 등 다수의 기록이 고스란히 쌓여 있는 곳이다.
이국땅에서 겪은 외로움과 척박함을 견디며 쓴 편지에 이해인 수녀가 따뜻한 답장과 시로 화답한 이 교류의 흔적들은, 학계에서도 "대한민국 현대 이민사와 디아스포라의 삶을 가장 생생하게 증명하는 감정적 아카이브"라고 평가한다.
하지만 이달부터 부산 수영구 광안리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녀원 건물의 재건축과 공간 정비가 본격화할 예정이라 해인글방은 불가피하게 운영을 마무리하게 됐다.
수영구청 홈페이지 등에 공개된 건축 인허가 자료에 따르면, 수녀원은 지난 2월 관할 구청의 건축물 해체 심의를 통과한 데 이어 7월 중순 건물 증축 허가를 최종 승인받았다.
이에 따라 해인글방이 위치한 부속 공간 등은 인접한 부지와 통합돼 지상 2층, 지하 1층 규모의 10m 높이 건물로 재탄생할 예정이다. 서울의 한 건축사사무소가 설계를 담당한 재건축 프로젝트는 이달 중 철거·착공 수순에 돌입할 전망이다.
과거 수녀원 내 건축 사례와 통상적인 공사 기간을 고려할 때 완공까지는 약 1년가량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재건축이 완료돼도 해인글방이 온전히 복원되는 것은 아니며, 향후 작은 전시실이나 작업실 형태로 간소한 공간이 마련될 예정이다.
물론 이번 재건축 과정에서 해인글방의 방대한 사료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수녀원 측은 자료 유실을 막기 위해 기존 장서와 기록물들을 부산대 도서관, 강원도 양구인문학박물관, 경북 김천시 성의여고 등으로 분리해 안전하게 이관 중이다.
수녀원 측은 오랜 세월 방대한 기록물을 온전히 보존하고자 꾸준히 노력해 왔으나, 개별 종교 단체가 먼저 나서서 정부나 부산시 등에 공간 마련 등을 적극적으로 요구하기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존재했다.
이번 청원에 동참한 김점배 아프리카·중동한인회총연합회장은 "이 방대한 디아스포라 유산을 어떻게 지켜낼지는 이제 국가 차원에서 해법을 고민해야 하는 과제가 됐다"고 설명했다.
한인회장단은 청원서에서 "기록물들이 여러 기관으로 분산돼 보관되는 상황에 대해 아쉬움을 갖고 있다"며 "이 소중한 유산들이 분산되지 않고 국가적·통합적 차원에서 온전히 후대에 계승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한인회장단은 그간 수녀원 측이 감당해 온 헌신에 깊은 감사를 표하면서도, 이제는 종교계의 짐을 덜어주기 위해 정부가 주도적으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인회장단은 재외동포청이 구심점이 돼 문체부, 부산시 등과 민관 합동협의체(TF)를 구성하고, 2028년 건립 예정인 부산문학관 등에 상설 아카이브를 조성해 흩어질 예정인 자료들을 공공 문화시설로 통합 보존할 수 있도록 중재해달라고 요청했다.
나아가 "문체부 소속 전문 인력의 지원을 통해 자료들에 대한 고화질 디지털 스캐닝 작업을 지원하고, 향후 건립될 '재외동포교육문화센터' 내에 전 세계 동포들의 애환을 기리는 특별 전시 및 소장 공간을 제도적으로 마련해 달라"고 덧붙였다.
김영근 전 재외동포협력센터장은 "각국 재외동포들이 모국과 나눈 서신들은 대한민국 이민사의 살아있는 보물"이라며 "공간 관리 주체나 소관 부처 문제가 복잡하더라도, 재외동포청이 디아스포라의 역사적 자산을 발굴·보존하는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What to Watch
AI outlook — possibilities, not facts
재외동포청이 내용 검토 후 가능한 역할이나 지원 방안을 마련할 것이다
Likely · Within weeks
해인글방 기록물이 부산대 도서관, 양구인문학박물관, 성의여고 등으로 안전하게 이관될 것이다
Very likely · Within months
재건축 완료 후 해인글방은 작은 전시실이나 작업실 형태로 간소한 공간이 마련될 것이다
Very likely · Within years
Open Questions
- 재건축 후 해인글방 공간이 어떻게 활용될 것인가?
- 기록물 통합 아카이브 구축을 위한 구체적인 예산과 일정은 무엇인가?
- 재외동포청이 주관하는 민관 합동협의체(TF)는 언제 구성될 것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