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5회 박경리문학상 수상자 데이먼 갤것 기자간담회
제15회 박경리문학상 수상자인 남아프리카공화국 작가 데이먼 갤것이 서울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아파르트헤이트 등 사회적 주제를 작품에 담아온 이유와 문학관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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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먼 갤것은 아파르트헤이트의 유산과 개인의 삶을 다룬 작품 '굿 닥터'와 '약속'으로 부커상 후보 및 수상 경력을 지닌 남아공 작가이다.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저는 개인주의적인 사람이고, 정치에서 벗어나고 싶은 사람입니다. 하지만 인간이라는 존재는 역사를 벗어날 수 없고, 사회와 동떨어진 개인으로 존재할 수도 없습니다."
제15회 박경리문학상 수상자인 남아프리카공화국 작가 데이먼 갤것(63)은 2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인종 분리 정책) 등 사회적 주제를 자신의 작품에서 다루어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명했다.
1963년 남아공 프리토리아에서 태어난 갤것은 남아공의 역사적 현실과 그 안에서 살아가는 개인의 삶을 섬세하게 포착해 왔다.
특히 아파르트헤이트의 유산과 사회의 변화, 백인 중산층의 죄의식과 위선, 인간관계의 불안정성을 정교한 서사 기법으로 탐구해온 작가다.
작가는 아파르트헤이트 철폐 이후의 남아공 사회에 대해서는 '절반의 혁명'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겉으로 보기에 정치제도는 평등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위한 기본법도 마련됐지만 여전히 이면을 들여다보면 불평등과 부정의가 존재하는 사회"라며 경제적 불평등이 완화되지 않는다면 혁명은 미완에 그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갤것은 1982년 첫 장편소설 '죄 없는 계절'로 데뷔했으며 '굿 닥터'가 2003년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오르며 세계적 주목을 받았다.
'굿 닥터'는 아파르트헤이트 이후 남아공을 배경으로, 외딴 시골 병원에서 일하는 서로 다른 성격의 두 의사가 맺는 불편한 관계를 그린다. 낙관적 이상주의와 냉소적 허무주의를 대비시키며 사회의 불안과 과거의 유산을 살핀 작품이다.
불신과 차별, 환멸과 무력감이 지배하는 남아공 사회의 암울한 현실을 보여주는 날카로운 알레고리로 읽힌다.
이어 2021년에는 남아공의 정치·사회적 변화와 한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약속'으로 부커상을 받았다.
작품은 프리토리아 외곽에 사는 백인 가족의 역사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이들 가족은 흑인 하녀 살로메에게 평생 일한 대가로 방 세 칸짜리 양철 판잣집을 주겠다고 약속하는데, 그 약속은 30여년이나 흐른 뒤에야 지켜진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인종적 특권과 역사적 부채, 정의의 실현 가능성을 묻는다.
하지만 갤것은 단순한 선과 악의 이분법적 도식을 거부한다.
갤것은 "남아공엔 여전히 백인과 흑인이 존재하지만, 백인은 선하고 흑인은 나쁘다는 식의 이분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라며 "정치적 이념은 바뀔 수 있고, 선과 악의 경계도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인간의 본성과 도덕성에 대해 집중하려 한다며 도덕의 모호성에 대해 설명했다.
갤것은 "이를테면 제가 태어난 1963년 남아공 사회에서 통용되는 백인의 도덕은 많은 측면에서 다른 나라들에서 생각하는 도덕과 달랐다"고 말했다.
이어 "일상생활에서 어떤 사람이 도덕적 선택을 한다고 해도 그것은 완전히 도덕적이지 않을 수 있다. 자기 이익을 위한 선택일 수도 있다"며 "이런 것들이 소설에 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소설 속에서 이런 도덕적 문제를 던지는 인물을 좋아한다"며 "권선징악을 다루기보다는 생각의 여지를 주는 질문을 던지는 게 작가로서 제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박경리문학상 심사위원단은 갤것이 남아공이라는 특정 시공간을 넘어, 현대 세계가 보편적으로 직면한 기억과 책임, 정의의 문제를 깊이 있게 탐구해 온 문학적 성취를 높이 평가했다.
갤것은 인공지능(AI) 시대의 문학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갤것은 "AI가 도식적 구조나 플롯이 정해진 장르 소설을 쓸 수는 있지만 인간의 본성과 내면을 다루는 데서는 인간을 대신할 수 없다"고 한계를 짚었다. 그는 또 소설이란 "인간의 마음을 연결하는 작업"이라고 정의했다.
박경리문학상은 대하소설 '토지' 등을 남긴 작가 박경리(1926∼2008)의 문학정신을 기려 2011년 제정됐다. 문학 본연의 가치를 지키면서 세계 문학사에 큰 영향을 미친 작가에게 수여하며 상금은 1억원이다.
이번 시상식은 10월 29일 오전 11시 30분 호텔인터불고 원주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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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인터불고 원주에서 박경리문학상 시상식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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