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러 밀착 속 북중 관계 정상화 속도…경제적 이해관계와 지정학적 의미 분석
완공 후 12년간 표류하던 북한 신의주와 중국 단둥을 잇는 신압록강대교가 공식 개통됐다. 북러 밀착 속에서 북중 관계가 회복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양국의 경제적 이해관계와 향후 대북 제재 준수 여부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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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신의주와 중국 단둥을 잇는 신압록강대교는 2014년에 완공되었으나 양국 간 이견과 대북 제재 등으로 개통이 미뤄져 왔다.
(베이징=연합뉴스) 정성조 특파원 = 한때는 '북중 불협화음의 상징'으로도 불렸던 신압록강대교가 완공 12년 만에 공식 개통되면서 북러 밀착 속에 다소 소원했던 북중 관계의 정상화에 속도가 붙게 됐다.
북한 신의주와 중국 랴오닝성 단둥을 잇는 신압록강대교는 2014년 완공됐다.
신의주-단둥 통로는 그간 북중 교역의 핵심 역할을 해왔지만, 1943년에 만들어져 노후한 '단선' 조중우의교(압록강철교)로는 자동차 혹은 기차가 편도 운행을 할 수밖에 없었다. 새로운 물류망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신압록강대교는 왕복 4차선에 폭 33m, 총연장 3천26m의 대형 교각으로 설계됐고,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 재임 시절이던 2010년 말 착공돼 3년 만인 2014년 완성됐다.
대교 건설 사업은 초반부터 이견을 겪었다.
북한은 신의주 도심과 가까운 곳에 다리를 연결하기를 원했지만, 중국은 단둥 신구(新區)와 남신의주를 연결하는 안을 밀었다.
중국 측 구상이 채택되면서 중국이 공사비 22억2천만위안(약 4천400억원)을 부담해 대교는 완공됐으나, 북한은 이후에도 연결도로와 세관 건설을 미뤘다.
그동안 북중 관계는 부침을 겪었다. 북한 핵개발을 겨냥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 중국이 참여하면서 다리 완공 후 얼마 안 가 북중 교류는 크게 위축됐다.
'트럼프 1기' 시절 북미 대화 국면을 맞아 북중 양측의 소통이 살아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지만, 코로나19 대유행과 북한의 국경 폐쇄, 이후 북러 밀착 등을 거치며 최근까지 북중 관계는 냉랭하기도 했다.
그런데 작년 9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중국 방문이 성사되면서 북중 관계 변화의 조짐이 가시화했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올해 6월 북한을 찾아 경제·무역과 인적 왕래를 포함한 분야별 교류 활성화를 약속하면서 북중 관계는 다시 회복 국면에 들어섰다.
신압록강대교는 이런 흐름 속에 개통됐다.
12년이나 늦게 다리가 개통된 이유를 두고 전문가들은 북중이 각자의 셈법에 따라 관계 주도권을 확보하려 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을 내놓는다.
김규범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북중 관계가 원만했던 2018∼2019년 열리지 않은 신압록강대교가 이제서야 개통된 것을 두고 "최근 몇 년간 누적된 경제적 이견과 갈등을 둘러싸고 양국 간 일정한 합의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북중 무역은 통상 중국의 흑자(북한의 적자) 구조인데, 북한산 상품 수입 확대나 북한의 외화 획득을 위한 노동력 수출 및 임가공 통로 허용 등에 관해 일정한 타협이 있었을 것이라는 추정이다.
정은이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도 최근 보고서에서 "과거 북중 교역에서는 중국이 북한에 원유를 국제 가격보다 크게 낮은 우호가격으로 공급하는 등 교역 조건을 정책적으로 조정한 사례가 있다"며 "북한의 생산과 지방 공업에 필요한 원료·자재의 가격과 결제 조건이 어떻게 변하는지, 북한산 제품의 대중 수출 여건이 확대되는지는 중요한 관찰 지점"이라고 했다.
중국이 북한에 일정 부분 '양보'했을 가능성을 제기하는 이러한 분석은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 과정에서 심화한 북러 밀착과 관련이 있다.
강준영 한국외대 교수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북한이 러시아 쪽으로 기울자 중국은 북한에 대한 영향력 복원을 시도했고, 신압록강대교 개통으로 중국의 대북 영향력이 일정 부분 복원된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은 중러 사이에서 중간자적 이익을 계속 추구할 것"이라고 짚었다.
정은이 실장은 지난달 북러 두만강 자동차다리 개통을 두고 중국이 '상당한 불편함과 놀라움'을 보였다고 전했다. 개통되지 않은 상태로 연간 2억위안(약 400억원)의 유지비를 지출해온 중국으로서는 북러 교량이 먼저 개통된 상황이 달갑지 않았으리라는 것이다.
대형 선박 진출입을 제한한 북러 자동차다리는 두만강을 통한 해양 진출을 노리는 중국에 걸림돌을 하나 추가한 것이기도 했다.
북러 두만강 자동차다리와 비교하면 신압록강대교의 '체급'은 훨씬 크다.
정은이 실장에 따르면 두만강 자동차다리는 왕복 2차선에 폭 7∼10m, 길이 0.8∼1㎞인 다리로, 하루 약 300대의 차량 처리 능력을 갖췄다.
신압록강대교는 왕복 4차로로 폭이 넓고, 대형 화물차로 한정해도 처리량이 10배가 넘는다.
두만강 자동차다리의 러시아 입구인 하산이 인구 1천명 안팎의 촌락이라면, 단둥은 인구 200만이 넘는 데다 고속철도로 중국 주요 대도시권에 닿아있는 곳이다.
이런 '체급 차이'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두만강 자동차다리의 전례에 맞춘 규모와 수준으로 신압록강대교 개통식을 연 것은 단기적으로 북한의 북중·북러 균형 외교를 받아들이면서 장기적인 영향력 다지기를 꾀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문일현 중국정법대 교수는 11월 중국 선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전후한 북미 대화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는 점을 두고 "중국으로서는 미국을 향해 우리가 대북 영향력이라는 카드를 갖고 있고, 북한은 중국에 경제적으로 의존적이라는 말을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북한이 다리 개통을 주저한 이유 가운데는 비상사태가 발생할 경우 중국군이 단시간에 들어올 길이 된다는 우려가 있는데, 이를 열었다는 것은 군사 안보 문제에 관한 북한 나름의 대비책이 섰거나 북중 간 공감대가 만들어졌기 때문일 것"이라며 "신압록강대교가 그간 양국 관계 악화의 다리였다면 이제 관계 복원의 의미가 있게 된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북한 비핵화와 대북 제재 준수 의지가 시험대에 올랐다고 지적했다.
강준영 교수는 "북한은 핵보유국 지위를 확보하는 것이 목표지만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를 공식 입장으로 유지해 북한과 조율이 쉽지 않다"며 "새 다리를 통한 교역이 사실상 대북 제재를 무력화한다는 미국과 국제 사회의 우려를 받을 수 있는데, 중국으로서는 이 점이 과제"라고 설명했다.
문 교수는 "북중 물류가 활발해지면 알게 모르게 제재 대상 물자도 같이 넘어갈 수 있고, 신압록강대교가 회색지대 교역의 문턱이 될 수도 있다"며 "북한으로서는 신압록강대교만 있어도 미국으로부터 받아낼 것이 없어지는 셈이어서 북미 대화의 절박성은 더 낮아지고, 북한의 대중 의존은 더 높아진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AI outlook — possibilities, not facts
신압록강대교를 통한 북중 간 물류 및 인적 왕래 점진적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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