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패 척결과 변화를 요구하는 유권자 표심 결집으로 세르비아 정권교체 현실화
14년간 세르비아를 통치한 알렉산다르 부치치가 조기 총선에서 학생운동 진영에 패배했다. 학생명부 진영은 의회 과반을 차지하며 정권교체를 이뤄냈으나, 정치 경험 부족으로 인한 국정 운영의 불확실성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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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치치는 2012년부터 세르비아의 실권을 장악해왔으며, 최근 노비사드 기차역 사고로 촉발된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자 조기 총선을 단행했다.
(이스탄불=연합뉴스) 김동호 특파원 = 지난 14년간 세르비아의 권력 정점에 서서 정치적 라이벌들을 솎아낸 알렉산다르 부치치가 조기 총선으로 반정부 여론을 돌파하고자 시도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다만 정치적 경험이 전무한 학생운동 진영의 당선자들이 정권교체 이후의 국정 운영을 어떻게 해나갈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부치치는 2012년 자신이 창당한 세르비아진보당(SNS)의 총선 승리 직후 부총리 겸 국방장관으로서 실권을 장악했다.
2014년에는 총리로 공식 취임했고, 2017년에는 상징적 국가원수인 대통령으로 자리를 옮겨서도 실권을 유지했다.
그가 장기 집권하는 동안 언론, 사법부 등 견제 세력에 대한 통제가 강화됐다. 수차례 선거는 부정 투표 의혹과 폭력 사태로 얼룩졌다.
특히 친정부 성향의 재벌을 통해 장악한 미디어가 야권 정치인들을 '반역자'로 낙인찍는 식의 선전 활동이 이뤄졌고, 잦은 조기 선거는 자금력이 부족한 야당에 불리하게 작용했다.
부치치는 2024년 세르비아 북부 노비사드의 기차역에서 지붕이 무너져 16명이 숨진 사고로 촉발된 반정부 시위가 약 2년간 이어지자 조기 총선을 결정하고 대통령직에서 내려와 다시금 총리에 도전하는 과감한 수를 뒀다.
국영 매체를 통한 정적 공격이 계속됐고, 현금 살포성 정책과 연금 인상, 도로 신설, 의약품 가격 인하 등 공약이 쏟아졌다.
하지만 지난 25일(현지시간) 치러진 총선에는 부패와 정경유착 척결과 변화를 갈망하는 청년과 유권자들의 표가 집결했고, 결국 부치치는 패배를 인정해야 했다.
이번 총선에서 52.7%라는 압도적인 득표를 일궈낸 '학생명부' 진영 후보자들이 의회 전체 250석 중 과반인 139석을 차지하며 SNS를 97석으로 쪼그라트렸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를 두고 "푸틴식 도박"이 "33년 만의 최고 투표율을 기록한 선거 속에서 역효과를 낳았다"고 진단했다. 집권 세력이 선거 제도를 통해 독재적 권력을 이어가는 '선거 권위주의'가 실패했다는 분석으로 풀이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임기를 두차례 연달아 마친 2008년 자신의 최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를 대통령에 당선시키고 자신은 총리로 내려갔으며, 대통령 임기 관련 헌법개정이 이뤄진 뒤인 2012년 다시 대통령으로 복귀한 바 있다.
AFP 통신은 "학생들의 이번 승리는 인구 약 600만명의 세르비아에 중대한 정치적 변화를 가져왔다"며 지난 4월 헝가리에서 오르반 빅토르 총리가 패배했던 상황을 연상시킨다고 해설했다.
이는 더 나은 교육환경과 미래를 요구하는 최근 유럽 전역의 학생운동에도 영감을 줄 수 있다고 AFP는 짚었다.
프랑스 파리, 이탈리아 밀라노, 스페인 바르셀로나 등지에서 벌어지는 거센 시위가 헝가리, 세르비아 등 선거 결과에 따라 추진력을 받을 수 있다는 시각이다.
하지만 14년 만의 정권교체를 이뤄낸 세르비아에는 축하 분위기 아래에 막연한 불안감도 감지된다.
정작 대학교수, 배우, 농부 등 각계 전문가로 채워진 학생명부 당선자들 사이에 정치 경험이 풍부한 인물은커녕 명확한 지도부조차 구성되지 않아 당장 누가 총리나 각료로 활동하게 될지조차 불투명하다.
야권은 일단 부패 척결, 사법부 개혁, 선거 환경 개선, 언론 다양성 증진 등을 목표로 개혁을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블룸버그는 다만 학생명부 진영이 부치치의 지정학적 균형 전략을 상당 기간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코소보가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독립을 인정하지 않고, 유럽연합(EU)의 대러시아 제재에 동참하지 않겠다는 등 기조가 양측 모두 유사하다는 점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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