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야구장, 44년 역사 속 '투수 천국 타자 지옥'의 기록들
Quick Look
서울 잠실야구장은 44년간 넓은 외야와 맞바람으로 인해 홈런이 적은 '투수 천국, 타자 지옥'으로 알려져 왔으며, 통산 100홈런 이상 타자는 단 세 명뿐이었고, 다승왕과 노히트노런 기록이 많았으나 올해 프로야구 종료 후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AI-generated summary
Why It Matters
잠실야구장은 1982년 개장 이후 44년간 KBO 리그의 주요 구장으로 사용되어 왔으며, 넓은 외야 dimensions과 지리적 특성으로 인해 투수 친화적 환경을 만들어 왔다.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잘 맞은 타구가 외야수 글러브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장면에 타자는 헬멧을 벗었고, 투수는 마운드에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잠실야구장은 지난 44년간 그런 곳이었다. 좌우 100m, 중앙 125m, 펜스 높이 2.6m로 국내에서 가장 넓은 외야를 품은 이 구장에는 일찌감치 '투수 천국, 타자 지옥'이라는 별명이 따라붙었다.
게다가 지리적 특성 때문에 맞바람이 치는 날이 많아 홈런은 더더욱 치기 힘들다.
잠실의 위압감은 숫자로 증명할 수 있다.
44년 동안 이 구장에서 통산 100홈런을 넘긴 타자는 단 세 명뿐이다.
두산 베어스 프랜차이즈 스타 김동주(131개)가 역대 최다 기록을 보유한 가운데 9월 7일 기준 현역 선수인 김현수(120개)와 김재환(115개)이 전부다.
잠실구장을 호령했던 홈런왕 타이론 우즈조차 잠실 홈런은 90개로 100개를 넘기지 못한 4위였다.
오죽했으면 LG 트윈스는 2009년과 2010년 팀 홈런을 늘리기 위해 외야에 간이 펜스, 이른바 '엑스(X) 존'을 설치하기도 했다.
구장을 이길 수 없으니 펜스를 앞으로 당긴 것이다. 잠실의 성격을 이보다 더 잘 보여주는 장면은 없다.
OB-두산 프랜차이즈가 김상호(1995년·25개), 우즈(1998년·42개), 김재환(2018년·44개) 3명의 홈런왕을 배출한 것과 달리 MBC-LG 프랜차이즈는 2025년까지 한 번도 홈런왕을 내지 못했다.
반대로 투수들에게 잠실은 축복이었다.
잠실구장을 홈으로 쓴 두산과 LG는 각각 4번씩 다승왕을 배출했다.
이상훈(LG)이 1994년 18승과 1995년 20승으로 2년 연속 다승왕을 차지했고, '노송' 김용수는 만 38세인 1998년 18승으로 최고령 다승왕이 됐다.
그리고 케이시 켈리는 2022년 16승으로 LG 구단 역사상 최초의 외국인 다승왕에 이름을 올렸다.
두산은 4번의 다승왕 모두 외국인 투수가 차지했다.
게리 레스가 2004년 17승으로 순위표 꼭대기에 이름을 올린 뒤 2007년에는 다니엘 리오스가 20승으로 타이틀을 가져갔다.
2016년 마이클 보우덴이 18승, 2020년 라울 알칸타라가 20승으로 계보를 이었다.
1982년 원년 다승왕인 박철순(OB)은 24승을 수확했으나 당시 OB는 대전을 홈으로 쓰던 때다.
잠실구장은 노히트노런의 산실이기도 했다.
1993년 9월 9일 김태원(LG)이 쌍방울 레이더스를 상대로 KBO 통산 8번째 노히트노런이자 잠실구장 1호를 기록했고, 2015년 4월 9일에는 유네스키 마야(두산)가 넥센 히어로즈를 맞아 역대 12호 기록을 세웠다.
그리고 2016년 6월 30일에는 보우덴(두산)이 NC 다이노스를 무안타로 묶고 13호 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2014년 6월 24일 LG를 상대로 한 찰리 쉬렉(NC 다이노스)의 기록까지 더해 잠실구장은 4명의 노히트노런 투수가 탄생한 곳이었다.
'투수 왕국' 해태 타이거즈의 '호랑이 굴' 광주 무등구장과 함께 최다 타이기록이다.
잠실은 역대 4번뿐인 '팀 노히트노런'의 절반을 차지하는 곳이다.
2014년 10월 6일 LG는 NC전에서 신정락-유원상-신재웅으로 이어지는 계투로 KBO 최초의 팀 노히트노런을 만들어냈다.
2025년 4월 15일에는 LG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김진성-박명근-장현식이 삼성을 맞아 역대 4번째 팀 노히트노런을 합작했다.
지옥에서도 살아남은 타자들이 있었다.
한 경기에서 단타와 2루타, 3루타, 홈런까지 모두 때리는 사이클링 히트(히트 포더 사이클)는 역대 33번밖에 안 나온 진기록이다.
이강돈(빙그레 이글스)이 1987년 8월 23일 OB전에서 잠실구장 1호 사이클링 히트를 기록한 뒤 1992년 임형석(OB·롯데 자이언츠전), 2009년 이종욱(두산·LG전), 2014년 오재원(두산·한화전), 2017년 서건창(넥센·두산전), 2017년 정진호(두산·삼성전)가 각각 역사의 한 페이지에 이름을 남겼다.
이중 정진호는 5회에 기록을 달성해 KBO리그 역대 최소 타석(4)과 최소 이닝까지 보유했다.
가장 최근 주인공은 오스틴이다. 오스틴은 8월 25일 잠실 NC전에서 3번 1루수로 선발 출전해 4회 2루타, 6회 단타, 8회 3점 홈런에 이어 연장 10회 3루타로 사이클링 히트를 완성했다.
KBO 통산 33번째이자, 역대 최초의 연장전 사이클링 히트였다.
LG 외국인 선수로는 처음이었고, 사이클링 히트를 친 타자의 팀이 끝내기 승리를 거둔 것도 KBO 최초였다.
홈런을 삼키던 잠실의 넓은 외야는 역설적으로 3루타를 만들어내며 사이클링 히트에는 오히려 길을 열어줬다.
드넓은 외야 덕분에, 잠실구장은 가장 많은 인사이드 더 파크 홈런(장내 홈런)이 나온 곳이기도 하다.
잠실구장의 역대 인사이드 더 파크 홈런은 22개로 이 부문 2위 부산 사직구장보다 1개 더 많다.
민경삼(MBC 청룡)이 1989년 1호를 때린 뒤 김재박(LG), 임형석, 장원진, 김형석(이상 OB), 이종열, 이대형, 오지환, 채은성(이상 LG), 정진호(두산), 오스틴 딘(LG), 이유찬(두산), 박해민(LG·2회)이 잠실구장 소속으로 1루와 2루, 3루, 홈까지 한 번에 내달렸다.
박해민은 2024년과 2025년 한 번씩 인사이드 더 파크 홈런을 때려 잠실에서 유일하게 두 차례 기록한 선수로 이름을 남겼다.
잠실구장은 올해 프로야구가 끝나면 역사의 뒤로 사라진다.
잠실구장 스탠드에 마지막 불이 꺼지는 순간, 한국 야구의 메카로 44년 동안 담겼던 수많은 이야기도 과거로 남는다.
부모님, 친구 손을 잡고 턱밑까지 숨이 차오를 만큼 계단을 올라가면 눈이 시릴 정도로 펼쳐지던 초록의 그라운드도 이제는 추억의 한 페이지로 남는다.
Open Questions
- 잠실야구장 폐쇄 후 대체 구장은 어디가 될 것인가?
- 역사적인 기록들을 보존할 계획은 있는가?
- 팬들과 선수들의 추모 행사는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







